[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김혜성이 슈퍼 유틸리티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수비력 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다.
김혜성은 2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 시범경기에 교체 출전해 2타수 1안타와 1볼넷 1삼진을 기록했다. 타석에서 스프링트레이닝 3경기 만에 안타를 뽑아내 부담을 덜었을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중견수로 나가 인상적인 수비도 펼쳤다.
김혜성은 지난 21일 시카고 컵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2루수로 선발출전해 두 차례 수비를 말끔하게 펼쳐보였다. 1회 모이세스 바예스테로스의 뜬공을 우중간 외야로 뒷걸음으로 쫓아가 여유있게 잡아냈고, 4회 좌타자 마이크 부시의 104.3마일의 빠른 바운드 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이어 23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는 유격수로 출전해 실책을 범했지만, 타구 자체가 까다로웠다. 1회 프레디 퍼민이 친 105.6마일 강습타구가 투바운드돼 왼쪽으로 날아든 것을 잡으려다 글러브를 맞고 뒤로 튀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실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대신 김혜성은 3회 우타자 조이 위머의 102.1마일짜리 빠른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 1루로 강하게 던져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타구 판단→포구→송구가 깔끔하게 연결됐다.
이날 샌디에이고전에서는 4회 대타로 출전해 내야안타를 친 뒤 5회 수비 때 유격수로 들어갔다. 이어 7회 중견수로 다시 옮긴 뒤 8회 인상적인 수비를 보여줬다.
1사후 좌타자 클레이 던건이 친 91.2마일 속도의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자신을 향해 날아들자 지체없이 앞으로 전력질주로 달려와 여유있게 잡아냈다. 이때 현지 중계진은 "타구가 중견수 쪽으로 향합니다. 김혜성이 가볍게 잡아냅니다. 빠른 발을 가진 그가 빠른 판단으로 달려나와 보기에 비교적 쉽게 잡아냈습니다"고 칭찬한 뒤 "김혜성이 멀티 포지션을 보고 있는데, 그것은 다저스 구단이 최근 수년 동안 주안점을 둔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나무랄데 없는 수비로 현지 관계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동료들의 칭찬도 이어지고 있다.
다저스의 백업 내야수로 김혜성과 마찬가지로 멀티 포지션을 수행하는 미구엘 로하스가 한마디 했다.
그는 최근 LA 타임스 인터뷰에서 "김혜성은 2루수로 골드글러브, 또는 플래티넘 글러브를 수상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며 "그는 수비를 확실하게 한다. 운동 신경도 뛰어나 보인다. 더블플레이도 아주 잘한다. 그렇게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그저 공을 잡고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재밌게 보고 있다. 그는 특별한 뭔가를 할 기회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로하스는 스프링트레이닝에 참가한 지 2주가 지나는 동안 김혜성의 훈련과 시범경기를 지켜보고 이처럼 극찬을 한 것이다. 플래티넘 글러브란 골드글러브 수상자들 가운데 팬 투표를 통해 가장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준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2011년 제정돼 리그별로 한 명씩 선정된다. 지난해에는 NL에서 밀워키 브루어스 2루수 브라이스 투랑, AL에서는 시애틀 매리너스 포수 칼 롤리가 나란히 수상했다.
김혜성의 수비 능력을 인정한 것은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마찬가지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 20일 MLB.com에 "그는 수비만으로도 분명히 메이저리그 경기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제는 적응 부분에 관한 것이다. 무엇이 그에게 좋은 것일까? 무엇이 다저스에 유익할까? 지금 당장 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