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삼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만으로 36세 경기는 오늘로 마지막이구나 싶었다. 이제 내일부터 한살 더 먹으니까."
정규시즌 1위 확정을 앞둔 '배구황제' 김연경. 겹경사다. 26일 생일까지 겹쳤다.
김연경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V리그 6라운드 IBK기업은행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흥국생명은 시즌 26승(5패)째를 기록하며 승점 76점으로 정규시즌 1위 확정까지 승점 단 1점 만을 남겼다. 2위 정관장(승점 58점)이 26일 GS칼텍스전에서 패하거나, 오는 3월1일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맞대결에서 흥국생명이 승점 1점만 추가하면 정규시즌 1위가 확정된다.
"만족스러운 경기는 아니었다. 준비했던 대로 잘 풀리진 않아 답답했다. 그래도 승점 3점을 얻어 기쁘다."
26일은 김연경의 생일. 김연경은 '생일에 (정규시즌)1위가 확정될 수도 있다'는 말에 "컵대회도 그렇고, 시즌 초반도 그렇고, 어려운 순간이 많았다. 이제 승점 1점만 더 얻으면 (1위)확정이다. 잘 버텨낸 덕분에 오늘까지 온 것 같다"고 생일에 대한 언급 없이 배구만 이야기 했다.
이어 "정관장은 우리와도 3월 1일 경기가 있으니까 잘 준비하겠다"면서도 "1위 확정이 가능한 빨리 되면 좋을 것 같다"며 26일 조기 확정을 내심 기대했다.
김연경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라스트댄스'에도 진지하기만 하다. 원정경기 때마다 진행되는 '은퇴투어' 이벤트에도 크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김연경은 "(은퇴에 대해)감정적인 생각은 안하려고 한다. 다만 오늘 경기 전에 '아 36세로 치르는 경기는 마지막이구나' 그런 장난은 쳤다. 내일부터 37세 김연경"이라며 웃은 뒤 "은퇴투어는 생각보다 괜찮다. 이벤트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거나 부담되진 않는다"고 했다.
김연경이 은퇴한 빈자리는 정윤주와 김다은이 메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김연경은 "그건 모르는 거다. FA 시장이 있지 않나. (두 선수는)절대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고 답해 좌중을 웃게 했다.
"두 선수, 특히 정윤주는 정말 많은 성장을 했다. 내년이 기대되는 건 맞다. 아마 (그 선수를)보는 기준도 많이 높아질 거다. 잘 이겨내야한다. 김다은도 더 많은 활약을 보여줘야한다. 두 선수가 흥국생명을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 그리고 팀도, FA를 잘 영입해야할 거다. 걱정이 많다."
이날 현장에는 무려 6067명의 팬들이 찾아왔다. 흥국생명의 올시즌 4번째 매진이자 최다 관중이다. 이날 승리 후에는 다함께 김연경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파티를 진행하기도 했다.
김연경에게도 감회가 새로운 날이다. 그는 "정말 많은 팬들이 와주셨다. 감사하는 마음이 항상 있다"면서 "이렇게 많은 팬들과 함께 생일 파티를 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 잊지 못할 생일"이라고 돌아봤다.
이날 현장에는 전 동료 김나희 박현주 박은서도 찾아와 함께 축하했다. 다만 김연경은 이날 곧바로 생일 파티를 할 계획은 아니라고 했다.
"지금은 빨리 씻고 쉬고 싶은 마음 뿐이다. 내일이 (훈련)쉬는 날이다.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할 예정이다. (흥국생명 선수들끼리 정관장 경기 보는 거 아니냐는 말에)우리가 정관장 일정에 맞출 순 없지 않나. 아마 선수들이 각자 알아서 볼 거다. 쉬는 날 갑자기 회사에서 부르면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누가 좋아하겠나. (파티를 한다면)다음날 하면 된다."
인천삼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