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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존재감' 확실히 보여준 김단비와 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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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에 김단비가 있다면, BNK에는 박혜진이 있다!

우리은행과 BNK가 각각 플레이오프 1차전을 잡아내면서, 챔피언 결정전에서 두 팀이 만날 가능성이 한껏 높아졌다.

역대로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의 경우 챔프전 진출 확률은 82.7%(52회 중 43회)에 이르는데, 이를 현재 시스템과 같은 5전 3선승제 기준으로 좁힐 경우 91.7%(12회 중 11회)로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팀의 승리를 이끈 선수가 30대 중반에 접어든 우리은행 김단비와 BNK 박혜진이라는 것이다. 1990년생 동갑으로, 김단비가 이른바 '빠른' 2월생이라 1년 먼저 프로에 데뷔했고 각각 포워드와 가드로 포지션은 다르지만 두 선수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경기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여전히 '대체 불가'의 주전으로 뛰고 있다. 포스트시즌 경력만 따져도 김단비가 52경기, 박혜진이 45경기째 활약하고 있을 정도다.

김단비가 지난 2일 KB스타즈와의 1차전에서 팀에서 유일하게 풀타임을 소화하며 15득점-10리바운드-6어시스트의 트리플 더블급의 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자, 박혜진은 다음날인 3일 삼성생명전에서 37분을 넘게 뛰며 21득점-3어시스트로 역시 첫 승을 안겼다. 경기 후 박혜진이 "우리은행 경기를 봐도 알 수 있듯 주전들은 포스트시즌에선 언제든 풀타임을 뛰어야 하고, 코트에선 절대로 힘든 내색을 하면 안된다"고 언급할 정도로, 두 선수는 서로의 활약에 자극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사이라 할 수 있다.

김단비는 동료들의 플레이를 좀 더 살리는 것에 주력을 했고, 박혜진은 공격 찬스에서 좀처럼 미루지 않고 스스로 슛을 날렸고 삼성생명의 핵심인 센터 배혜윤을 김소니아 박성진과 번갈아가며 막는 등 경기를 소화하는 방향성은 조금 달랐지만, 향후 팀의 미래를 책임질 후배들에게 단기전 경험 축적과 운영 노하우를 전달하는데도 상당한 신경을 쓰며 베테랑의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줬다.

물론 이 기회를 자신의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당연 후배들의 몫이자 책임이다. 일단 우리은행에선 이명관이 17득점을 하며 김단비의 이타적인 플레이에 화답을 했고, BNK에선 김소니아와 이소희 등이 내외곽 공수를 함께 맡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서 박혜진은 3점포를 성공시킨 후 김소니아와 '시그니처' 포즈라 할 수 있는 점프 세리머니를 했고, 이소희가 승리를 확정짓는 3점슛을 성공시키자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비록 1차전에선 패했지만 삼성생명의 경우 배혜윤이, KB스타즈에선 강이슬이 이 역할을 책임지며 반전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일정이 빡빡한 단기전에선 에이스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베테랑이 이끌고 후배들이 단단히 뒤를 받쳐야 승리를 부를 수 있다. 4개팀이 펼치고 있는 플레이오프를 지켜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자, 또 하나의 재미 요소라 할 수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