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아무리 수비가 뛰어나다 해도 방망이가 받쳐주지 못하면 대접받기 힘든 곳이 메이저리그다.
골드글러브보다 실버슬러거 수상자의 몸값이 훨씬 비싼 이유다. 물론 두 부문을 모두 정복하다면야 무키 베츠, 맷 채프먼처럼 수억 달러에 이르는 계약을 선사받을 수도 있다.
LA 다저스 김혜성이 스프링트레이닝 중반 무렵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다저스가 개빈 럭스를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할 때만 해도 주전 2루수 자리는 따논 당상이라 여겼던 김혜성이 이제는 주전은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로스터 한 자리도 보장받기 힘든 상황에 몰렸다.
다저스는 오는 3월 18~19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도쿄에서 시카고 컵스와 개막 2연전을 치른다. 미 본토 개막보다 열흘 정도 앞서 정규시즌에 들어가는 것이다. 즉 컵스와의 도쿄시리즈에 나설 개막 로스터 26명을 이제부터 정해야 한다. 이미 지난 3일 8명의 선수가 마이너리그 캠프로 이동했다.
크게 주전과 백업, 두 가지다. 김혜성과 관련해서는 중견수와 2루수를 보면 된다. 한데 김혜성이 두 포지션에서 선발 자리를 확보하려면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야 한다.
MLB.com이 최근 업데이트한 다저스 개막전 예상 라인업을 보면 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 무키 베츠(유격수), 프레디 프리먼(1루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우익수), 맥스 먼시(3루수), 윌 스미스(포수), 마이클 콘포토(좌익수), 토미 에드먼(2루수), 앤디 파헤스(중견수) 순이다.
9번 2루수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김혜성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스프링트레이닝 초반 이 매체의 예상 라인업과 비교하면 에드먼이 중견수에서 2루수로 바뀌었고, 중견수에는 파헤스가 들어간 것이다. 김혜성 혼자 탈락했다고 보면 된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지난 3일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와 인터뷰에서 "중견수와 2루수를 제외한 다른 포지션은 주전이 확실하다"며 "김혜성은 메이저리그 완성형 타자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김혜성이 경쟁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캠프에서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고 생각한다. 큰 성장(a lot of growth)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중견수로 제임스 아웃맨과 앤디 파헤스 두 선수를 쓸 수 있다. 김혜성도 중견수로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토미 에드먼도 분명 중견수를 볼 수 있지만, 2루수로 뛰게 하는 방안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하루 뒤인 4일 현지 매체 다저스네이션은 '다저스가 김혜성 대신 토미 에드먼을 2루수로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로스터 정리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로버츠 감독은 결정해야 할 사안이 많다. 특히 클럽하우스에 존재하는 다양한 재능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포지션을 시험하고 기량을 극대화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혜성의 주전 탈락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팬 매체 다저스웨이에 따르면, 다저스는 투수 13명, 야수 13명으로 로스터를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야수 로스터는 주전 9명(지명타자 오타니 쇼헤이 포함)에 백업 4명으로 구성된다. 에드먼이 주전 2루수, 아웃맨과 파헤스 중 하나가 중견수, 그리고 백업 포수가 오스틴 반스라고 보면 백업 3자리를 놓고 키케 에르난데스, 미구엘 로하스, 크리스 테일러, 김혜성에 중견수 탈락자 등 5명이 경쟁하는 형국이 된다.
여기에 지난 겨울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입단해 시범경기에서 타율 0.500(20타수 10안타), 2홈런, 9타점, 6득점, OPS 1.424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유틸리티 내야수 데이비드 보티가 발탁될 수도 있어 김혜성 입장에서는 경쟁률이 3대6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남은 시범경기는 이제 8게임이다. 기회가 얼마나 주어질 지 모르나, 무조건 잘 쳐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