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및 산하 종목단체 선거가 마무리된 3월 첫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이번에도 '체육계 개혁'이었다.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5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문체위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특히 지난달 28일 대한체육회 첫 대의원총회로 4년 임기를 시작한 유 회장을 향한 문체위원들의 관심이 각별했다. 또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인준과 관련한 관심도 비상했다. 유인촌 문체부장관과 유승민 회장을 향해 관련 질의가 쏟아졌다.
정몽규 회장은 26일 제 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서 총 유효투표 182표 중 156표, 85%의 몰표를 받으며 당선됐다. 정몽규 회장 당선인에 대한 인준 절차는 대한체육회 종목육성부 심의를 거쳐 유승민 신임 대한체육회장의 결재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문체부와 정 회장의 소송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대한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발표, 협회 스포츠공정위에 정 회장 등 20명 가까운 임직원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와 천안축구종합센터내 스타디움 건립을 위해 쓰인 보조금 57억원 환수를 요구한 바 있다. 정 회장의 4연임 도전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가 문체부장관을 상대로 낸 '특정감사 결과 통보 및 조치 요구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 효력이 정지됐다. 문체부가 법원의 인용 결정 직후 즉각 항고했고 그 결과가 3월 둘째주경 나올 예정. 문체부는 "일단 항고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항고가 인용될 경우 회장 및 임원에 대해 협회 스포츠공정위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항고가 기각될 경우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이 경우엔 중징계 처분 효력이 중지된 '집행정지' 상태가 유효하므로 회장직 정상 수행이 가능하다. 대한체육회 역시 스포츠공정위에서 4연임 자격을 승인했고, 임원의 결격사유가 없는 만큼 원칙대로 인준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대한축구협회장 관련 내용이 (문체부, 대한체육회)업무보고에 없다. 대한체육회 업무보고에도 정몽규 회장 당선 이후 인준 과정에 대한 입장이 들어있지 않다"면서 "업무보고에 포함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현재 집행정지로 인해 절차가 중단돼 있다. 곧 법원 판결이 날 것이다. 거기에 따라 정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민 의원은 "대한체육회에서 법원 판결이 기각되는 경우 인용되는 경우를 봐야할 것같다. 중징계가 살아 있는 경우 승인할 수 없다"면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정리해서 입장을 밝혀달라.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니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유 회장을 향해 대한체육회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촉구했다. "유승민 회장이 당선된 건 체육계의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체육인들과 국민들의 마음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대한체육회의 업무보고를 보면 대한체육회의 전면적 혁신을 위한 국민 신뢰 제고 방안이 부족하다. '책임경영으로 국민 신뢰 제고'라고 써있지만 회원종목 단체 혁신은 있으나 체육회 자체 혁신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여야를 막론하고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어떻게 자구책과 혁신방안을 마련할지 이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대책을 간구해달라. 혁신방안을 마련해 문체위원들에게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의원은 "국민적 질타에도 불구하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연임이 됐다. 문체부 감사 후 중징계 처분에 대한 축구협회의 집행정지 요청을 법원이 받아줬다. 이는 선거에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지 부정행위 혐의를 사면한 게 아니"라면서 "향후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봐야겠지만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라고 질의했다.
유 장관은 재차 "법원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거기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정몽규 회장이 당선이 됐기 때문에 지적사항, 여러 가지 감사 결과에 대한 개혁적인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일단 법원 판결을 기다린 후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답변했다.
김승수 의원은 임원의 연임 자격을 심사하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 구성 및 운영의 개혁도 거듭 주창했다. "정 회장이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4연임에 성공한 건 결국 스포츠공정위 연임 심사의 문제다. 이기흥 회장도 여기 있는 유승민 회장이 당선됐기 망정이지 연임 승인을 받았다. 연임승인율이 이 회장 이전까지는 20.2%였는데 이 회장 취임 후 96.6%까지 올라갔고 당연한 통과의례가 됐다"고 주장했다. "스포츠공정위가 역할을 못하고 있다. 연임 심의 개선을 위한 법안도 제출했지만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유인촌 장관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개혁적인 안을 갖고 있다. 저 역시 스포츠공정위는 누가 봐도 공정해야 한다. 위원 추천절차 및 체육회와 관계없이 밖에서 확실하게 심의할 수 있는 제도로 바뀌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승민 회장은 "의원님 말씀대로 스포츠공정위에 대한 지적과 질타가 많다. 오늘 취임 이틀째인데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했다. "스포츠공정위 구성을 보면 대한체육회가 추천인을 구성하게 돼 있는데 향후 공정하게 구성하고 운영하게끔 방안을 마련해 보고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어 '체육인'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발언대 앞으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을 불러세웠다. 스포츠공정위의 공정한 운영 방안, 개혁의 방향에 대해 집중질의했다. 유 회장은 "스포츠공정위 구성부터 공정한 방향을 채택해야 한다. 사전 협의를 거쳐 공정하게 구성될 방안을 찾겠다"고 답했다. 진 의원은 "문제는 스포츠공정위원 선임 과정이다. 본인이 선임한 사람으로 구성하고 장기집권까지 가능한 구조로 돼 있다. 한 개인이 군림하는 게 문제"라는 말에 유 회장은 "동의한다"고 즉답했다. 진 의원은 "공정성 강화를 위해 대한체육회, 문체부, 변호사협회, 체육기자연맹, 체육학회 등 체육계 유관기관이 할당된 의원을 지정해 구성하는 방식, 공정위원 후보자에 대해 대국민 공개검증, 심의제도를 마련해 국민 신뢰도를 제고할 것"을 제안했다. 유인촌 장관은 이에 대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런 안이 정리되면 우리도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 언론, 법조계 등 여러기관에서 공정위원을 추천받아 구성되면 훨씬 객관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유 회장은 "체육회 이사회 구성과 개최 시일이 촉박해 의원님께서 말씀하신 대국민 공개검증에는 시간이 소요되는 어려움이 있다. 최대한 협의해 가장 깨끗하게 공정위원들을 구성하는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진 의원은 유 회장을 향해 "체육계가 정치화됐고, 전 체육회장 체제하에 누적된 폐해를 개혁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