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중간계투로 등판한 투수가 다음날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 3번 타자로 나가 안타까지 터트렸다. 투수와 타자를 병행하는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처럼 말이다. 니혼햄 파이터스의 좌완투수 야마사키 사키야(33)가 프로 11년차에 마침내 꿈을 이뤘다. 니혼햄 등록 투수로는 2017년 오타니 이후 8년 만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오타니는 5년간 니혼햄에서 '이도류'를 업그레이드해 메이저리그로 갔다.
6일 홋카이도 기타히로시마 에스콘필드. 깜짝 라인업이 나왔다. 신조 쓰요시 감독이 주축 선발투수 야마사키를 세이부 라이온즈와 시범경기에 3번 타자로 내보냈다. 야마사키가 고교시절에 목표로 삼았던 니혼햄 3번 타자 출전이다. 야마사키는 경기 전 타격 훈련에 참가했다.
2-0으로 앞선 3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에 섰다. 볼카운트 1B2S에서 세이부 언더핸드스로 투수 요자 가이토가 던진 시속 131km 바깥쪽 높은 직구를 받아쳤다. 땅볼 타구가 2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파고들었다. 세이부 유격수 겐다 소스케가 따라갔으나 잡지 못해 내야 안타가 됐다. 야마사키는 1루에서 오른팔을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신조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코치진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했다. 신조 감독은 타격 재능이 있는 야마사키의 든든한 후원자다. '이도류'를 적극 지지한다. 신조 감독은 "마음 편하게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야마사키를 정규시즌 개막전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시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타자 야마사키에 대해 "선구안이 좋다. 야마사키만큼 볼넷을 골라낼 타자는 없다"고 칭찬했다.
첫 타석 때 아쉬움을 달랬다. 1회말 무사 1,3루에서 친 유격수 땅볼이 병살타가 됐다. 이때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와 선취점이 됐다. 5회 세 번째 타석은 유격수 땅볼로 아웃됐다. 세 타석 모두 타구가 유격수 쪽으로 갔다. 3타수 1안타.
야마사키는 5일 세이부전에 6회 등판해 3이닝 3안타 무실점 호투를 했다.
야마사키는 메이지대학을 거쳐 오릭스 버팔로즈에 입단했다. 2015년 신인 1지명을 받았다. 2023년까지 주로 선발투수로 던졌다. 2023년 개인 최다 11승을 올렸다. 오릭스의 3연속 퍼시픽리그 우승에 공헌했다.
2023년 시즌이 끝나고 FA가 됐다. 어린 시절에 응원했던 니혼햄으로 이적했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이 있었는데도, 파이터스를 선택했다. 야마사키는 이적 첫해 24경기에 선발등판해 10승6패-평균자책점 3.17을 기록했다.
니혼햄은 야마사키와 인연이 깊은 팀이다. 아버지가 니혼햄 포수로 뛰고 코치를 지냈다. 또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홋카이도 삿포로 대학병원에서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 일본언론에 따르면 생존율이 10%로 상태가 위중했다. 그는 수술 전날 당시 니혼햄 홈구장인 삿포로돔에서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완봉승을 거둔 경기를 관전했다고 한다.
야마사키는 6일 저녁 자신의 SNS에 고교시절 사진을 올렸다. 장래 꿈이 니혼햄 3번 타자고 쓴 종이를 들고 있는 사진이다. 신조 감독독 개인 SNS에 야마자키의 안타 사진을 올렸다.
야마사키는 오릭스 소속으로 인터리그 경기에 대타로 출전한 적이 있다. 지난해까지 타자로 29타석 28타수 7안타, 타율 2할5푼, 2타점을 기록했다. 4년 연속 안타를 쳤다.
니혼햄은 6일 세이부에 3대2로 이겼다. 3승1패로 시범경기 공동 1위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