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의 불펜은 진짜 괜찮을까.
LG 염경엽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난 이후부터 불펜 재건에 집중했다. 2023시즌 우승을 견인했던 최강 불펜이 지난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 사실상 마무리 유영찬과 셋업맨 김진성 둘로만 간신히 승리를 지켜왔었다.
염 감독은 2023년의 불펜을 다시 만들기 위해 마무리 캠프 때부터 선수들과 함께 노력했었고 애리조나 1차 캠프와 오키나와 2차 캠프의 연습경기를 통해서 어느정도 성과가 나오는 듯 했다.
염 감독은 8일 KT 위즈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서 "우리 중간 투수들에 대해 작년 마무리 캠프부터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엄청 열심히 했고 고생 많이 했는데 이제 시범경기를 통해서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서 자신감을 갖고 시즌을 시작하길 바란다"라고 했었다.
지난해보다 불펜 후보진이 많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을 봤다. 염 감독은 "테스트할 선수들이 많다. 캠프를 하면서 좋아진 선수들이 백승현 우강훈 박명근 정우영 김대현 이우찬 최채흥 그리고 신인 김영우 등이 있고 중심이 돼야할 김강률과 김진성이 있고 시범경기 막판에 합류할 장현식이 준비를 잘한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런데 KT와의 2경기에서 보여준 LG 불펜의 모습은 염 감독의 바람과는 달랐다.
8일엔 선발 요니 치리노스 이후 정우영 송승기 김대현 이우찬 박명근 김영우가 나섰고, 9일엔 선발 손주영 이후 최채흥 이지강 우강훈 김유영 허준혁 성동현 김강률이 차례로 등판했다.
불펜 투수 중 좋은 피칭을 보여준 투수도 있었다. 8일엔 박명근이 1이닝을 2탈삼진 무실점을 보였고, 김영우는 볼넷 1개를 내줬지만 150㎞가 넘는 빠른 직구와 함께 연습중인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는 등 경쟁력을 보였다.
9일엔 최태원의 보상선수로 온 최채흥이 볼넷 1개를 내줬지만 무안타 무실점으로 1이닝을 막았고, FA로 온 베테랑 김강률이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잘던져야 한다는 부담이 큰 지 제구가 되지 않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8일 정우영은 볼넷 2개에 폭투 2개를 기록했다. 14개의 공을 뿌렸는데 스트라이크는 단 3개였고 볼이 무려 11개. 김대현도 스트라이크 던지는 것을 어려워하며 ⅔이닝을 1안타 1볼넷 1삼진 2실점을 했다.
9일도 답답한 피칭이 이어졌다. 6회에 등판한 이지강은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2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이어 등판한 우강훈은 1안타 1볼넷, 1사구에 실책까지 겹쳐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김유영은 장진혁에게 2루타를 맞았고, 강백호에겐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 이어진 만루 속에 김유영에게 4실점(2자책)을 했다. 구원등판한 김유영은 볼넷 2개와 안타 1개에 폭투까지 했다. 허준혁도 1이닝 동안 2안타 1볼넷 2실점을 기록.
시원시원하게 안타를 맞더라도 공격적으로 던지지 못하고 죄다 볼을 던졌다. 국내에서 처음 던져 아직 마운드에 적응이 안됐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쉬움이 큰 것은 어쩔 수 없다.
선발로 나온 손주영이 4이닝 동안 무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의 좋은 피칭을 한 것과 분명히 대조를 이뤘다.
2경기서 LG는 무려 15개의 볼넷을 허용해 10개구단 중 최다 1위를 기록했다. 2위가 삼성인데 10개였고 롯데가 3개로 가장 적었다.
시범경기에서도 승부를 하지 못하고 볼을 던진다면 정규시즌에서 승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8일 1대5, 9일 4대9로 패한 LG는 이틀간 14실점으로 가장 많은 실점까지 기록했다.
처음부터 불안한 출발을 한 LG의 불펜이 시범경기 동안 초반 필승조를 만들 수 있을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