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또 다시 시위에 나섰다.
영국 BBC는 9일(한국시각) '수 천명의 맨유 팬들이 아스널전을 앞두고 제임스 래트클리프 구단주를 비난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고 전했다.
한때 세계 최고의 클럽이었던 맨유는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래트클리프 구단주는 올 초 250명의 직원을 해고한 데 이어, 지난달 200명을 추가 감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더불어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의 가장 싼 입장권을 66파운드(약 12만원)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맨유는 지난해 1억1300만파운드(약 2117억원)에 달했던 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브랜드였다.
풋볼리그 시절을 포함해 프리미어리그까지 총 20회 정상에 올라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FA컵에서도 13번 정상에 올랐고,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3회 우승했다. 1990~2000년대에 걸쳐 로이 킨, 에릭 칸토나, 데이비드 베컴,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세계적 스타들이 튀면서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았다. '두 개의 심장' 박지성도 맨유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한국인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맨유는 빚더미에 앉아 있다.
맨유의 총 부채 규모는 10억파운드(약 1조8737억원) 이상이다. 여기엔 다른 클럽에 지급해야 할 이적료 3억파운드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부채에 대한 이자로만 3700만파운드(약 693억원)를 썼다. 2005년 미국 출신의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를 인수한 뒤 무리한 투자를 계속 하면서도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골이 깊어졌다. 이런 상황을 보면 몸집 줄이기와 가격 인상 등 맨유가 마련한 자구책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셈.
하지만 팬들은 납득하지 못하는 모양새. 이들은 시위에서 '우리는 클럽을 되찾고 싶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래트클리프를 비난했다.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를 인수하면서 지게 된 부채 상환에 쓰인 금액을 두고 '10억파운드를 훔쳐갔다'는 비난 걸개도 등장했다. 이번 시위를 조직한 서포터그룹 대표는 "래트클리프는 몇 가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지금으로선 글레이저 가문의 방패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후벵 아모림 맨유 감독은 아스널전에서 1대1로 비긴 뒤 "맨유는 결코 죽지 않는다. 분명한 사실이다. 경기장 뿐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느낄 수 있다"면서도 "모든 팬들이 입장권을 사기 쉽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프리미어리그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