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014년, 서울 이랜드는 많은 이들의 환호 속 창단했다. 17년 만에 생긴 기업구단으로, K리그 판도를 흔들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승격은 커녕, 승강 플레이오프(PO)에도 오르지 못했다. K리그2 입성 첫 해였던 2015년 4위로 PO에 나간 것이 전부였다. 이후 하위권을 전전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아예 최하위로 추락했다. 2020년 5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매년 감독을 바꿨다. 10년간 무려 10명의 감독이 거쳤다. 1년 이상 팀을 이끈 감독은 단 두 명 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정정용 감독만이 계약기간을 채웠을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중도하차했다. 감독이 자주 바뀌다보니 선수단 변화의 폭도 클 수 밖에 없었다. 이랜드는 선수단 인건비로 K리그2 2~3위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했다. 그럼에도 결과를 얻지 못했다. 중장기적 계획은 꿈 같은 일이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김도균 감독이 마침내 이랜드 감독 잔혹사를 끊었다. 이랜드는 11일 공식채널을 통해 김 감독과의 재계약을 발표했다. 김 감독은 이랜드 창단 후 처음으로 재계약을 한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8대 감독으로 이랜드의 지휘봉을 잡았다. 창단 10주년을 맞은 이랜드는 승격의 한을 풀어줄 적임자로 수원FC에서 성공시대를 열었던 김 감독을 점 찍었다. 1년 넘게 김 감독 설득에 나섰다. 삼고초려였다. 이랜드의 진정성 있는 제안에, 김 감독은 고심 끝에 도전을 택했다.
승격 경험을 갖춘 그는 선수단부터 새롭게 꾸렸다. 예년과 거의 같은 예산을 쓰고, 타 팀이 긴장할 만한 스쿼드를 만들었다. 풍부한 인맥과 넓은 스카우팅 시스템을 구축한 '김도균 효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화끈한 공겨축구를 앞세워 이랜드의 물줄기를 바꿨다. K리그2 최다 득점 1위를 기록하며 팀을 역대 최고 성적인 3위에 올렸다. 10년만의 PO행을 이뤄냈다. 끝이 아니었다. 창단 첫 승강 PO행도 이뤄냈다. 비록 승강 PO에서 전북에 무릎을 꿇으며 아쉽게 승격에 실패했지만, 이랜드의 도전은 많은 찬사를 받았다.
올 시즌 초반도 무패를 달리며 순항하고 있다. 이랜드는 1년 간 지켜본 김 감독이 구단의 꿈을 풀어줄 최적임자로 판단했다. 좋은 대우를 약속했다. 김 감독도 승격이라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이랜드는 김 감독과의 동행을 이어가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게 됐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개편하고 있다. K리그2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서재민을 필두로, 백지웅 변경준 등을 중용하며 재미를 봤다. 올 시즌도 배진우 박창환 등을 주전으로 활용 중이다. 이랜드는 앞으로도 젊은 자원들을 적극 발굴, 육성하며, 보다 역동적인 축구로 탈바꿈할 생각이다. 중심에 김 감독이 있다.
김 감독은 "재계약을 제안해 주신 구단에 감사드리며 이랜드에서의 도전을 이어가게 되어 기쁘다. 지난해 아쉽게 승격은 이루지 못했지만 강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올해 더욱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이며 반드시 승격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과 재계약을 맺은 이랜드는 15일 강력한 우승후보 인천전 승리를 통해 승격 가능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