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그녀가 돌아왔다!'
'대한민국 여성 체육인' 김나미 전 국제바이애슬론연맹 부회장(54)이 12일 대한체육회 신임 사무총장에 내정됐다.
김 사무총장 내정자는 알파인스키 국가대표(1986~1993년) 출신으로 중학교 때 첫 태극마크를 단 이후 전국대회 88관왕에 빛나는 한국 여자스키의 레전드다. 1978년 첫 동계체전을 시작으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까지 40년간 선수, 지도자, 행정가, 국제 스포츠 전문가로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다. 1971년 진부령 알프스스키장을 건립, 초창기 한국 동계스포츠 문화를 선도했던 고 김성균씨가 김 부회장의 아버지, 미술학 박사이자 베스트셀러 '강한 여자는 수채화처럼 산다'의 저자인 이정순씨가 어머니다.
김 총장은 이화여대 체육학과 졸업 후 오스트리아국립스키학교에 유학하고, 이후 전문 지도자, 스포츠 행정가로서 또렷한 이력을 쌓았다. '비인기종목' 바이애슬론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대한바이애슬론연맹 임원, 나가노패럴림픽 장애인스키 코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으로 활약하며 동계 스포츠 분야에서 가장 빛나는 여성 리더 및 행정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06년 국제바이애슬론연맹 총회에서 최연소, 아시아 여성 최초 부회장에 선출된 이후, 2010년, 2014년 아시아 여성 첫 3선의 위업을 이뤘다. 2012~2015년 체육인재육성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글로벌 스포츠 인재, 여성 후배 행정가를 키우는 일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여성체육인의 사명감으로 국내외서 종횡무진 활약하던 김 총장은 평창올림픽 직후 독일로 떠났다. 엘리트 체육인의 공부방, 사랑방으로 자리잡았던 체육인재육성재단이 2015년 외압으로 하루아침에 해체되는 과정에서 체육계에 염증을 느끼고, '헤어질 결심'을 했다. '독일 국대' 금메달리스트 출신 남편인 욘 볼슐라거 전 스위스 바이애슬론 대표팀 감독과 함께 경영하던 한식 레스토랑 '볼킴'이 성공가도를 달리던 중 지난달 유승민 회장의 깜짝 러브콜을 받았다.
유 회장은 신임 사무총장으로 체육인 출신 경륜 있는 여성 리더, 내년 밀라노·코르티나올림픽을 앞두고 동계 스포츠 전문 행정가를 원했다. 국내 체육단체 사무총장과 국제연맹 부회장 3연임의 독보적 이력을 지닌 김 총장은 최적의 후보였다. 중고 시절 오스트리아, 독일 스키 유학을 통해 체득한 외국어 능력과 유쾌하고 세련된 매너와 친화력, 엘리트 선수 출신의 경쟁력, 평창유치위원회, 체육인재육성재단, 국제바이애슬론연맹을 두루 거치며 행정가로서의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글로벌 소통 능력에 주목했다. 김 총장은 아끼는 후배의 제안에 깊이 고민했다. 유 회장의 진심 어린 제안에 가슴 한켠에 묻어둔 열정이 다시 꿈틀댔다. 고심 끝에 가족의 동의를 받아 7년 만의 한국행을 결정했다.
대한체육회 105년 역사상 여성 사무총장 선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 인력을 발탁해 귀하게 쓰겠다는 유 회장의 의지와 철학이 적극 반영됐다. 60~70대 레전드 선배, 20~30대 열혈 후배들 사이에 낀 세대, 4050 여성 체육인들이 전면에 나섰다. '역도여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우생순 레전드' 임오경 의원(더불어민주당 문체위 간사)이 건재한 가운데 대한체육회 첫 여성 사무총장 시대가 열렸다. 아티스틱스위밍 선수 출신 박지영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과도 이화여대 체육학과 1년 선후배 사이다. 체육계 40~50대 여성 리더들의 활약과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 총장은 "어느덧 내 나이 50대 중반이 됐다. 독일에서 개인적으로 너무나 행복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지만 한번 체육인은 영원한 체육인이다. 유 회장님의 제안을 받고 여성 체육인으로서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천장을 깰 기회가 지금이라면, 그 기회가 내게 주어졌다면 '힘들어도 피하지 말고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체육인인 남편도 '체육인으로서 무조건 좋은 일, 무조건 해야할 일 아니냐'면서 적극 지지했다"고 '컴백'을 결심한 배경을 밝혔다. "대한체육회 역사상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라니 어깨가 무겁다. 섬세함과 포용력을 바탕으로 체육인 가족의 '엄마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한국 스포츠의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유 회장님을 도우면서 대한체육회의 내실을 다지고 조직의 소통을 이끌고 선수, 지도자들을 아낌없이 지원하는 '엄마 역할'을 뒤에서 묵묵히 해내고 싶다. 무엇보다 여성 체육인 후배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유 회장님과 함께 대한체육회의 혁신과 발전을 이끌어나가겠다. 국제 스포츠 외교에서도 대한민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글로벌 역량을 적극 활용하겠다. 체육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