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날씨가 따뜻해지면, 더 나올 것 같은데요..."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는 올시즌 또 다시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투-타 모두 선수층이 정말 두텁다. 마운드는 장현식 제외 우승 전력 그대로에 위력적인 새 외국인 투수 올러, 그리고 장현식 빈 자리를 메울 조상우가 왔다. 타선은 연습경기, 시범경기 백업 선수들이 출전해도 다른 팀 주전 선수들이 뛰는 것 같은 위압감을 준다. 여기에 2년차 이범호 감독의 운영은 더욱 농익을 전망.
KIA가 강하다는 건 이 선수가 제대로 증명한다. 등번호 '021'의 육성 선수인데, 무려 154km 강속구를 뿌린다. 다른 팀 가면 바로 필승조일텐데, KIA에서는 육성 선수다.
주인공은 홍원빈. 이미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화제가 됐다. 첫 실전에서 참혹한 결과를 맛봤다, 두 번째 경기 무실점으로 반등했다. 연봉이 3000만원인데, 엄청난 돈을 투자해 미국에 자비 연수를 다녀온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주목을 끌었다. 홍원빈은 "1500만원 정도를 들여 미국에 다녀왔다. 그래도 배운 게 있으니 전혀 아깝지 않다"며 웃었다.
그리고 그 물음표를 지난 10일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지웠다. 1이닝 무실점. 최고 154km 돌직구를 뿌렸다. 오키나와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이날은 더 긴장될 법한 시범경기인데 '칠 테면 쳐봐라'는 식으로 한가운데만 보고 자신있게 공을 뿌렸다는 점.
홍원빈은 당시를 돌이키며 "가운데만 보고 직구만 던졌다. 변화구는 1개도 던지지 않았다. 포수 (한)승택이 형이 직구만 믿고 던지라고 해주셨다. 마운드를 내려올 때 너무 행복하고, 후련한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뭐니뭐니 해도 투수가 팬들의 이목일 집중 시키는 1번 요소는 구속이다. 홍원빈에게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지금이 100%가 아니라고. 홍원빈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수줍게 말했다. 그럼 150km 후반대 구속도 가능하다. 그는 "확실한 건, 지금 몸을 100% 다 쓰는 느낌이 안 난다는 것이다. 내 스스로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평소 구속에 신경쓰는 스타일은 아니다. 경기 때도 구속은 체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NC전 성공적 등판이 엄청난 동기부여가 됐다는 홍원빈. 이제 남은 건 1군 정식 선수가 돼, 챔피언스필드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다. 육성 선수는 5월1일이 돼야 정식 선수 전환이 가능하다. 홍원빈은 "오래 전, 프로 입단 사인을 할 때부터 상상하던 일"이라며 "1군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공 던지는 것 뿐 아니라, 수비 연습도 많이 하고 구속보다 컨트롤을 더 신경써야 한다고 느꼈다. 어렸을 때는 마운드에 오르는 게 두려웠는데, 지금은 많이 극복했다. 내 힘으로 상대 타자들을 누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당차게 말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