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리그서 검증된 즉시전력 자원들, 빠른 템포·단단한 기본기 선사
아직은 '일본인쿼터'…WKBL "다른 나라로 드래프트 문호 넓힐 것"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2024-2025시즌 여자프로농구에선 새로 도입된 '아시아 쿼터'로 한국 무대에 오른 일본 선수들이 빼어난 활약을 펼쳐 팬들을 즐겁게 했다.
첫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인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은 185㎝의 장신 포워드 타니무라 리카는 평균 12.6점, 7.04리바운드를 올리며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쳐 보였다.
리그 전체에서 득점은 8위, 리바운드는 9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비록 팀을 플레이오프(PO)로 이끌지는 못했지만, 주득점원과 기둥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국내 진출 전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입은 터라 그를 향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으나 일본 국가대표 출신의 '클래스'를 유감없이 보여준 뒤 '현역 은퇴'를 선언하며 떠났다.
평균 12.9득점으로 이 부문 5위, 일본 선수 중에선 1위에 오른 나가타 모에(청주 KB)는 후반기 코트를 더 뜨겁게 만든 주인공 중 하나다.
전반기에는 다소 부진했으나 국내 무대 적응을 마친 후반기엔 KB의 공수 겸장 에이스로 활약했다.
특히 여러 차례 승부처에서 클러치 능력을 뽐내며 KB의 PO행에 앞장섰다.
아산 우리은행과의 4강 PO 2차전에서 나가타가 팀의 58-57 역전승을 완성하는 버저비터를 꽂아 넣은 장면은 올 시즌 하이라이트 영상 모음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명장면이다.
부산 BNK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이바지한 이이지마 사키도 빼놓을 수 없다.
빠른 발과 적극적인 압박 수비로 상대 가드를 효과적으로 봉쇄한 이이지마는 '기록 이상의 가치'를 팀에 가져다준 선수다.
특히 화려한 개인 기량을 앞세우기보다는 팀에 녹아드는 플레이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평균 1.6스틸로 이 부문 전체 4위에 오른 이이지마는 9.6점(13위), 3점 38개(7위)를 기록하는 등 공격에서도 제 몫을 다했다.
침체한 국내 리그에 다양성을 가미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던 여자프로농구연맹(WKBL)의 새로운 시도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국내 무대에 선 일본 선수들은 대부분 일본 W리그에서 실력이 검증된 자원들이었다.
평균 득점이 국내 리그보다 약 10점 정도 높고, 템포가 빠른 W리그에 익숙하며 기본기가 단단한 일본 선수들이 팀마다 한 자리씩을 차지하면서 국내 선수들에게 자극을 줬고 각 팀의 전술 다양성도 커졌다.
하지만 보완할 점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 쿼터 제도는 이번 시즌 개막 6개월 전 갑작스럽게 도입됐다.
당시 각자 이해관계가 다른 구단 간 의견을 모을 시간이 없어 일단은 '재계약 불가'로 첫 시즌을 운영하게 됐다.
이 때문에 이이지마, 나가타 등 올 시즌 각 구단 팬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선수들이 시즌 종료와 함께 예외 없이 팀을 떠나야 한다.
재계약이 불가능하면 코치진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팀을 만들어가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WKBL은 지난 2월 2025-2026시즌에 아시아 쿼터로 선발되는 선수들부터는 재계약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현행 아시아쿼터는 그 명칭과 다르게, 실상은 '일본인 쿼터'로 운영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깊게 인적 교류를 해온 일본 농구계를 대상으로만 아시아 쿼터를 시작한 것은 일단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다만, 중국, 필리핀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도 문호를 넓힌다면 다양성으로 리그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제도의 취지를 더 살릴 수 있다.
안덕수 WKBL 사무총장은 "일단은 다음 시즌까지만 일본 선수만을 대상으로 드래프트를 진행한다. 그 이후에는 동아시아 다른 나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사회, 각 구단 실무자 회의를 통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 쿼터 제도가 단단하게 자리 잡을수록 국내 신인, 벤치 멤버의 성장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WKBL이 신경 써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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