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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스타'에서 '도전의 아이콘'으로, 호주 첫 한국인 성인팀 감독을 꿈꾸는 장민석 제이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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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장민석 J-SUN FC 대표는 '도전의 아이콘'이다.

그는 '왕년의 스타'였다. 나다는 대회마다 득점왕을 휩쓸었다. 월반은 기본이었다. 한두살 위 형들과 함께한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늘 주전이었다. 성한수 이성재 김영철 김도균 등 스타급이 즐비한 95학번에서도 랭킹 1위로 평가받았다. 1999년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탄탄대로일 것 같았던 장 대표의 프로 인생은 첫단추부터 잘못 뀄다. 전북에서 기대만큼 기회를 얻지 못한 장 감독은 이적을 추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행히 상무 입대 후 다시 한번 득점왕에 오르며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또 다시 계약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싱가포르에서 재기에 성공하며, 다시 K리그행을 추진했지만 이번에도 실패였다. 어린 시절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그렇게 사라지는 듯 했다.

절망의 순간, 우연찮은 기회가 생겼다. 영어라도 배울 요량으로 호주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려던 장 대표에게 '모교' 홍익대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 코치진에 문제가 생기며, 잠시만 도와달라는 콜이었다. 장 대표는 정식 코치가 아닌 인스트럭터 개념으로 선수들에게 한두가지 포인트만 가르쳤다. 선수들의 기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장 대표도 선수 시절 느끼지 못한 희열을 맛봤다. 2005년 홍대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의 축구인생은 지도자 변신 후 확 달라졌다.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변방' 홍대에 우승컵을 안기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장 대표는 2007년 용마중학교 감독직에 오르며 본격적인 감독생활에 나섰다. 꼴찌였던 용마중을 단숨에 우승권팀으로 바꿨다. 사비로 대출받아 숙소를 리모델링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주말리그 2번 우승, 협회장기 우승 등 서울 최고의 팀으로 만들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11년 용마중 출신이 올라갈 고등학교팀 창단이 여의치 않자, 과감히 고등부 클럽팀을 만들었다. 중랑FC였다. 클럽팀 최초로 전국대회, 서울시 대회, 주말리그 등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왕중왕전 단골 손님이었다.

자신감이 붙은 장 대표는 2015년 자신의 이름과 아들의 이름을 합친 J-SUN FC를 만들었다. 운동장 등 환경이 좋은 곳에서 선수들을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일념 하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집 팔고, 대출 받아 남양주에 땅을 사고, 운동장을 지었다. J-SUN 역시 장 대표의 지도 아래 빠르게 궤도에 올랐다. 주말리그도 우승했고, 전국대회에서도 계속 상위권에 올랐다. J-SUN FC는 어느덧 창단 10주년을 맞이했다.

장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중국 청도의 해양대학교와 MOU를 맺었다. 장 감독은 학비, 경기력, 취업 등으로 고민인 선수들에게 새로운 문을 열었다. 중국, 영어 등 언어 습득은 물론, 선수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줬다.

스스로 발전도 멈추지 않았다. 2023년 P급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20년 가까이 유망주 발굴에 전념했던 장 대표는 성인팀 도전을 꿈꿨다. 경험도 쌓았다. 지난해 화성FC에서 수석코치로 활약했다. 세트피스 등을 전담한 장 대표의 지도 아래, 화성은 후반기 도약에 성공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화성에서 1년 동안 지내며, 부족함을 느낀 장 대표는 호주행을 결심했다. 그 사이 절친한 선배인 안정환의 유튜브에 출연하기도 했다.

도전에 나선 장 대표에 또 다른 문이 열렸다. 장기를 발휘했다. 지낸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 4명을 직접 테스트하고, 선발해 호주 내셔널 프리미어리그(NPL)에 입단시키는 수완을 발휘했다. 호주는 A리그 아래 NPL이라는 세미프로 리그가 운영된다. 시드니에만 16개의 팀이 있다. 함동화, 장예주, 김민재, 김경태가 주인공이다. 20세 팀과 계약을 맺은 이들은 팀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 중이다. 한국에 있었다면 평범한 대학생활을 보냈을 이들은, 호주 성인팀에서 경험을 쌓으며, 돈도 벌고, 영어도 배우는 기회를 얻었다.

장 대표는 NPL 시즌이 끝나는 9월 초, 호주에서 한국으로 오고 싶은 선수들과 한국에서 호주로 진출하고 싶어하는 선수들을 선발해, K리그팀과 평가전을 치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호주에서 감독을 준비 중이다. 장 대표는 최근 NPL U-20 팀에서 감독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1군이 목표다. 만약 성인팀 감독이 된다면, 한국인 최초로 호주 성인팀을 이끄는 사례가 된다.

묵묵히 앞으로 나간 장 대표는 그간 새로운 길을 열었다. 중랑FC를 창단할때만 해도 모두가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클럽팀이 대세인 시대가 됐다. '간절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그의 좌우명을 따라, 장 대표는 호주에서 '무한도전'에 나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