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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구 혹사 논란 때문에 뺐냐고? 필승 카드를 꺼내들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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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슈퍼 루키' 정현우의 등판 일정 변경은 무엇 때문일까.

키움 히어로즈는 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선발 투수로 고졸 신인 투수 윤현을 예고했다. 당초 1일 두산전 선발로 예고됐던 투수는 정현우였다. 그런데 최근 창원에서 구조물 추락으로 인한 관중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KBO가 애도 차원에서 4월 1일 모든 경기를 취소했고 일부 경기 일정을 다시 조정했다. 1일 예정됐던 잠실 키움-두산전도 연기됐고, 두팀은 하루 더 휴식 후 2일과 3일 2연전으로 맞대결을 치른다.

그런데 키움이 당초 1일 선발 투수로 예고했던 정현우 대신 2일 윤현을 예고하자 관련 문의가 폭주했다. 키움 구단은 "로테이션에 따라 윤현이 예정대로 등판한다. 정현우는 한차례 휴식을 부여받기로 결정했다"면서 "정현우의 몸 상태에는 이상이 없으며 엔트리 변동도 없을 예정"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관심이 폭주하는 것은 일단 정현우이기 때문이다. 전체 1순위, 고교 최대어로 평가받으며 키움에 입단한 정현우는 지난 3월 2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입단 계약금 5억원. '5억팔'로 불리는만큼 데뷔전부터 기대가 엄청났는데, 경기 내용도 여러 의미로 엄청났다.

키움 타자들이 5회까지 11점을 냈는데, 정현우마저도 초반 고전하면서 실점과 투구수가 계속 늘어났다. 홍원기 감독은 프로 데뷔 후 딱 한번만 할 수 있는, 데뷔전 승리를 정현우에게 안겨주기 위해 투수를 교체하지 않고 계속 기다렸다.

결국 정현우가 5이닝 투구를 끝낸 시점 최종 투구수는 무려 122구였다. 이 투구수가 대단한 화제였다.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선발 투수들의 관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베테랑 투수들도 노히트나 완봉 등 큰 기록이 걸려있지 않은 이상 120구 투구를 잘 하지 않는다. 그런데 고졸 신인이, 그것도 프로 데뷔전에서 122구를 던진 것은 상당히 파급력이 컸다. 너무 무리한 투구였던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당초 정현우는 1일 두산전 투구 후, 주 2일 등판은 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키움은 일찌감치 대비책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 일정이 조정되면서, 정현우에게 조금 더 휴식을 주는 것도 괜찮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저절로 대체 선발 자리 역시 한번 쉬어갈 수 있다.

반대로 윤현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고도 볼 수 있다. 윤현 역시 고졸 루키인데, 프로 데뷔전 투구 내용만 놓고 보면 정현우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만 했다. 특히 공격적인 투구로 KIA 타선을 상대로 인상적인 호투를 펼쳤다. 윤현은 5이닝 3안타 2탈삼진 1사구 5볼넷 1실점으로 비록 데뷔전 승리는 하지 못했지만, 감독으로부터 "주문했던 공격적인 피칭을 잘해냈다"며 칭찬을 받았다.

지명 순위와 관계 없이, 첫 등판 내용 그리고 두번째 등판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만 객관적으로 비교했을때 윤현은 분명 필승 카드에 더 가깝다. 정현우에게도 회복과 고민을 위한 시간을 더 부여하면서 일석이조 효과를 노릴 수 있는 키움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