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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사고 애도 첫날' 분위기 어땠나? 경기전 묵념→응원 대신 탄성…'동병상련' 야구팬들의 마음 [대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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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평일인데도 많은 팬들이 대전 신구장을 찾았다. 하지만 뜨거운 응원전은 없었다. 나직한 탄성만이 흘렀다.

2일 한화생명 볼파크. 설렘 가득 야구를 보러 왔다가 있어서는 안될 불행한 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난 한 야구팬을 추모하는 애도기간 첫 날이었다.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올시즌 첫 만남. 평일임에도 예매 표는 다 팔렸을 만큼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한화의 MD샵에는 끝없이 긴 줄이 늘어섰다. 객석은 야구를 기다리는 팬들로 일찌감치 가득 찼다.

하지만 평소 같으면 떠들썩 했을 경기장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차분했다. 모르는 사이지만 야구를 사랑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야구팬의 안타까운 사고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 가득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장내 아나운서의 안내와 함께 피해자를 위한 묵념이 있었다. 대부분의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이번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과 재발방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경기 취소'에 대한 의견은 다소 엇갈렸다.

최근 며칠간 야구계를 휩쓴 이슈였던 만큼, 현장을 찾은 대부분의 팬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청주에 사는 김수정씨(24)는 이날 야구장 방문을 망설였다고 했다. 한화생명 볼파크의 외관이 창원NC파크와 비슷하고, 이번 사고 같은 부착물 추락 사고는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 만큼 마음이 꺼려졌다. 하지만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하기로 한 나들이 약속이라 취소하긴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책임자가 하루빨리 처벌받았으면 좋겠다. 모든 야구팬들이 보다 안전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대전 시민 이규현씨(37)의 생각은 달랐다.

야구팬이기에 앞서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일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도, 전 경기 중단 등으로 확대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밝혔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책임질 사람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전 경기 취소까지 갈 일은 아니지 않았나"라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예정된 야구 경기는 KBO의 행사일 뿐만 아니라 현장을 찾는 모든 사람과의 예정된 약속이라는 게 그의 주장의 요지. 그는 "야구 관람을 위해 근무를 조정하거나, 휴가를 내는 사람도 있다. 난 오늘 예매라 취소된 경기와 엇갈려서 다행"이라면서 "야구장 오는 재미의 절반은 응원인데, 응원을 안하기로 한 점도 아쉽다"는 속내도 전했다.

50년 야구팬이라는 김정호씨(67)는 "다른 건 잘 모르겠고, 피해자와 그 일행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야구 개막이라고 얼마나 설레는 마음을 안고 야구장에 왔겠나. 야구장에서 그런 일로 세상을 떠날 줄 누가 알았겠느냐"라고 울컥한 속내를 전했다. 이어 "창원 NC파크는 가본 적 없지만, 사고 장소가 매점 앞이라니 직접적인 피해자 3명 말고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 같다. 그 사람들 충격은 또 어떻게 하나"라며 "부디 고인의 명복을 빈다. 나는 오늘 야구를 보러 왔지만, 나 하나의 안타까움이 위로가 된다면 그 마음이라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대전 야구팬들은 한마음으로 사고 피해자의 명복을 빌었다.

찬스 때 선수의 이름을 외치는 간헐적인 응원이 있었고, 경기가 뜨거워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분위기도 달아올랐다. 하지만 응원 유도가 따로 없었던 만큼 조직적인 응원가 합창이나 응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평소에 비해 롯데-한화팬 모두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 경기를 지켜봤다.

야구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오늘 우린 경기를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사고를 당한 팬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2011~2018년 8시즌 동안 NC의 지휘봉을 잡았던 전임 사령탑이기도 하다.

창원 NC파크는 이듬해인 2019년 개장했지만, 김경문 감독은 초대 사령탑 자격으로 이듬해 공식 개장 행사에도 참여했다. 김경문 감독은 "야구계에 참 안 좋은 일이 생겼다. 너무 안타깝다"라며 깊은 탄식을 뱉었다. 이어 "무슨 말을 해야할지,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렵다"면서 조의를 표했다.

이날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는 대전 신구장 우익수 방면의 8m '몬스터월'을 넘기는 첫 홈런을 친 선수로 기록됐다. 하지만 윤동희는 특별한 세리머니 없이 빠르게 그라운드를 돌았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대전 신구장에서 4월 첫 승리를 가져갈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롭다. 내일도 좋은 분위기로 승리하고 싶다"면서도 "창원 NC 파크 사고로 인한 희생자분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지난 29일 창원 NC파크에서는 야구장 구조물이 추락해 관중이 사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여동생과 함께 야구 관람을 온 20대 A씨는 매점 줄을 서있던 중 위에서 떨어진 구조물로 인해 큰 부상을 입었고,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31일 오전 끝내 세상을 떠났다. 동생 B씨도 골절상을 입고 치료중이다.

NC 구단 설명에 따르면 해당 구조물은 길이 약 2.6m, 폭 0.4m 알루미늄 소재의 '루버(햇볕을 가려 실내 온도를 관리하는 부착물)'다. 현재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 감식을 통해 정확한 원인 파악 중이다. 본격적인 수사가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사고로 인해 NC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지난 30일 LG 트윈스전이 취소됐고, 4월 1~3일 SSG 랜더스와의 홈 3연전이 모두 연기됐다. KBO는 4월 1~3일을 애도기간으로 지정하고, 1일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퓨처스 포함 KBO리그 전 경기를 취소했다.

창원을 제외한 잠실, 수원, 대전, 광주 경기는 2일부터 재개됐다. 3일까지 매 경기 시작 전 희생자를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갖고, 공식 응원 없이 진행된다. 경기에 참가하는 전 선수단은 근조 리본을 달고 희생자를 추모했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