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가 개막 8연승을 달렸다. 오타니 쇼헤이가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덕분이다.
오타니는 3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에서 5-5 동점이던 9회말 1사후 중월 솔로홈런을 때리며 6대5 승리를 이끌었다.
상대 마무리 라이셀 이글레시아스의 초구 88.9마일 체인지업이 바깥쪽 코스로 밋밋하게 떨어지자 가볍게 방망이를 휘둘러 다저스타디움 중앙 펜스 왼쪽을 살짝 넘겼다. 비거리 399피트로 오타니의 시즌 3호 홈런.
관중석을 가득 메운 5만281명의 다저스 팬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 들었다. 이날은 다저스 구단이 올시즌 계획한 4차례 오타니 버블헤드 데이의 첫 번째 날이었다. 입장한 팬들 모두 손에는 작년에 만장일치로 수상한 MVP 상패를 들고 있는 오타니 버블헤드를 하나씩 들려 있었다. 때를 아는 듯 오타니는 마지막 순간 승리의 영웅이 됐다.
이 홈런은 오타니의 개인 통산 두 번째 끝내기 홈런이다. 오타니는 지난해 8월 24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경기에서 3-3으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서 콜린 포셰이의 5구째 84.3마일 바깥쪽 슬라이더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그랜드슬램을 터뜨리며 경기를 끝냈다. 당시 홈런은 오타니의 시즌 40호 홈런으로 역사상 6번째로 40-40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오타니는 에인절스에서 6시즌을 뛰면서도 끝내기 홈런은 한 개도 치지 못했다. 그런데 다저스 이적 후 두 번째 시즌을 맞아 벌써 2개나 기록했다. 역시 '7억달러의 사나이'답고, 유력 MVP 후보인 이유다.
다저스는 지난달 18~19일 도쿄돔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개막 2연전과 미국으로 돌아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상대로 한 홈 개막 3연전에 이어 애틀랜타와 이번 3연전도 모두 쓸어 담으여 개막 8연승을 질주했다. 1933년 뉴욕 양키스가 세운 디펜딩 챔피언의 개막 최다 연승 기록인 7연승을 92년 만에 깨트렸다.
또한 8연승은 다저스가 1958년 브루클린에서 LA로 옮긴 이후 개막 최다 연승 기록이다. 다저스는 1981년 개막 6연승을 달린 바 있는데, 전날 44년 만에 그 기록을 깼고 이날 1승을 보탰다. 참고로 다저스 구단 개막 최다 연승 기록은 브루클린 시절인 1955년 작성한 10연승이다.
이날 오타니가 친 끝내기 홈런은 디펜딩 챔피언의 개막 최다 연승을 이끈 아치였으니, 그의 끝내기포 2개는 모두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이날 경기 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수학적으로 봤을 때 162승 무패는 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매일 밤 같은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매일 필드로 나갈 때마다 이길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다저스가 거둔 8승 중 6경기는 역전승이다. 질 것 같지 않은 다저스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올시즌 들어 최악의 경기였다.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에 할 말을 잃었다. 초반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겠다"면서도 "그런 경기를 이기고 말았다는 것에도 할 말을 잃었다. 게임을 그렇게 이기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 선수들을 믿었고 싸워서 이겼다"고 기뻐했다.
선발투수 블레이크 스넬은 "오타니가 타석에 섰을 때 아 오늘이 그의 버블헤드 데이라는 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우리도 알았다. 그것은 그냥 그가 하는 일"이라며 오타니의 활약에 찬사를 보냈다.
경기 초반 실책 2개로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뒤 8회 극적인 동점 2루타를 터뜨리며 천당과 지옥을 오간 맥스 먼시는 "작년에 쇼헤이에 관해 얘기했지만,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과 결정적인 순간에 꼭 등장하는데, 거의 실망을 시킨 적이 없다"며 "(오늘 끝내기 홈런을 쳤다고)전혀 충격을 받지는 않았으나, 그가 하는 일은 여전히 충격적"이라고 했다.
상대 애틀랜타 3루수 오스틴 라일리는 "그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다. 실수를 하는 순간 그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가 최고인 이유"라며 이글레시아스의 실투를 지적했다.
당사자인 오타니는 "흐름을 끌어와 동점을 만들 수 있었던 공은 맥스 먼스에 있다고 생각한다. 동점을 이룬 상황에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서면서 정말 좋은 기회를 잡은 것 같았다"며 먼시의 동점 2루타를 언급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