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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리포트]'물병킥 퇴장'에도 흔들리지 않은 광주, 극장골로 무승 탈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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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6일 광주월드컵경기장.

이날 광주FC 이정효 감독은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 자리를 잡았다. 앞선 대전 하나시티즌과의 6라운드 후반 막판 자기 벤치로 물병을 걷어차 퇴장 처분을 받은 게 원인이었다. 분을 못 이긴 이 감독이 참았어야 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규정에 없는 퇴장을 적용한 심판의 결정이 과연 옳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인 바 있다. 하지만 판정은 뒤집히지 않았고, 이 감독은 제주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갈 길 바쁜 광주에겐 큰 타격. 앞선 대전전(1대1 무)을 비롯해 포항 스틸러스(2대3 패), 김천 상무(0대0 무) 등 3경기에서 승리를 얻지 못했다. 이달 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 토너먼트 참가 전까지 K리그1, 코리아컵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광주에겐 최대한 많은 승점을 얻는 데 집중해야 하는 시기. 전술, 운영 뿐만 아니라 벤치에서의 존재감 만으로도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는 이 감독의 부재는 불안감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이 감독이 비운 자리는 마철준 수석 코치가 채웠다. 마 코치는 이 감독의 부재 상황에서 팀을 이끄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감독님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경기를 준비했다. 우리가 준비한 대로 풀어낸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내내 헤드셋을 착용한 채 팀을 지휘했다. 제주 김학범 감독은 이 감독의 부재에 대해 "상대가 그만큼 잘 대비했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 감독의 부재가 광주를 흔들진 못했다. 광주는 우세한 점유율을 바탕으로 제주를 압박했다. 좌우 측면에 포진한 오후성 아사니의 적극적인 돌파와 수비 뒷공간 공략을 바탕으로 제주 진영에서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제주는 골키퍼 김동준의 선방과 역습으로 맞서면서 흐름은 팽팽하게 흘러갔다.

후반 들어 광주는 적극적으로 변화를 택했다. 변준수 최경록을 시작으로 하승운, 김한길이 차례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러나 김동준이 버틴 제주의 골문은 좀처럼 뚫릴 줄 몰랐다. 후반 초반 변준수와 최경록이 유효슈팅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달구는 듯 했지만, 제주의 압박이 살아나면서 흐름은 다시 소강상태로 돌아갔다. 그렇게 경기는 무승부로 마무리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광주를 향해 미소 지었다. 지난해까지 제주에서 뛰었던 헤이스가 후반 45분 길게 넘어온 패스를 수비 경합을 이겨내고 따내 잡은 김동준과 1대1 상황에서 왼발슛으로 골망을 열었다. 1대0 광주의 승리, 이 감독의 부재 속에서도 무승 탈출에 성공하는 최상의 엔딩을 썼다.

마 코치는 경기 후 "1주일 동안 감독님과 함께 훈련이 잘 이뤄졌다. 준비한대로 잘 펼쳐냈고,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이라는 자리가 새삼 대단하다 느꼈다"고 미소 지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