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우리는 레비의 퇴출을 원한다(We want Levy out!)'
성난 민심이 극으로 치달았다. 곳곳에 현수막이 내걸렸고, 사람들이 거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탄핵은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나 마찬가지다. 단, 한국 이야기는 아니다.
영국의 수도 런던의 북쪽 지역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 지역에 둥지를 틀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팬들의 분노가 거침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20여년 이상 팀을 이끌어온 다니엘 레비 회장이 갈수록 팀을 망가트리고 있다며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급기야 레비 회장도 토트넘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공신력 끝판왕' BBC가 출처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7일(이하 한국시각) '토트넘을 약 25년간 이끌어 온 다니엘 레비 회장이 퇴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토트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레비 회장은 토트넘을 위한 것이라면 자리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토트넘은 소유 구조의 변화에 대해 열어놓고 있다. 구단의 인수가 이뤄질 경우 레비는 팀을 떠날 수 있다'고 전했다.
레비 회장은 지난 2001년부터 토트넘을 이끌어왔다. 영국 ENIC그룹이 당시 토트넘을 인수하면서 ENIC 그룹임원이었던 레비가 토트넘 회장을 맡아 구단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토트넘 팬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구단 운영방침으로 인해 제대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토트넘이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하는 원인을 레비 회장의 운영방식에서 찾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 비판은 이번시즌 절정에 달했다. 거의 분노 수준이다. 이번 시즌 토트넘이 거의 참사급으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선임해 리그 5위를 차지했던 토트넘은 이번 시즌 초반부터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적 허점으로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급기야 현재 리그 14위(승점 37)에 머물고 있다. 강등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10위권 안에 들어갈 가능성은 희박해진 상태다. 여기에 카라바오컵(4강 탈락)과 FA컵(16강 탈락) 등에서 연이어 좌절을 경험하며 토트넘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결국 수 천명의 팬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레비 OUT'을 외쳤다.
영국 대중매체 더 선은 6일 "수 천명의 토트넘 팬들이 클럽 회장인 '레비의 퇴출을 원한다'고 외치며 거리를 메웠다"고 보도했다. 토트넘 팬들은 이날 홈구장인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4~2025 EPL 31라운드 사우샘프턴전을 앞두고 경기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토트넘 팬들이 원하는 건 레비 회장의 즉각적인 퇴출이다. 이번 시즌 성적 하락의 핵심 원인이 레비 회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런 시위나 퇴출 요구는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레비 회장은 그럴 때마다 '중요한 것은 수익성'이라며 당당하게 맞섰다. 그러나 구단 지배 구조가 바뀌게 된다면 미련없이 팀을 떠날 수 있다. 토트넘은 현재 지배구조의 변경 또는 매각 등을 고려하고 있다. 팀을 팔아버릴 가능성도 있다. 카타르 자본과 접점설이 흘러나온다. 만일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경우 레비 회장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놔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