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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삼성 축구단에 이건희가 떴다…"선대회장과 한자 뜻까지 똑같아, 수원 삼성 레전드는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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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경남의 '하나은행 K리그2 2025' 6라운드 전반 30분, 수원의 우측 풀백 이건희(20)는 수비 진영에서 공을 빼앗아 역습에 나섰다. 약 60~70m 거리인 상대 페널티 지역까지 걸린 시간은 단 7초. 노마크 슈팅 상황을 맞이한 이건희가 골을 넣어 '솔로 원더골'을 완성한다면, '이건희'라는 이름 석 자를 프로축구계에 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희가 쏜 슛은 힘없이 상대 골키퍼에게 굴러갔다. 이건희는 "슛하는 순간 '아, 됐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땅을 차고 말았다. 잔디 탓은 아니다.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연습 때도 그런 슈팅이 나오지 않아 너무 화가 나서 땅을 쳤다"라고 당시 장면을 돌아봤다.

비록 '프로 데뷔골'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이건희의 장점인 속도와 저돌성을 엿볼 수 있었다. 변성환 수원 감독은 "팬들이 놀랄만한 에너지 레벨을 보여줬다"라고 극찬했다. 수원 유스 출신으로 지난해 수원 1군에 합류한 이건희는 지난달 29일 전남과의 K리그2 5라운드(2대1 승)에서 시즌 첫 번째 출전 기회를 잡았다. 팀이 리그에서 3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고비에 직면한 상황에서 변 감독이 빼든 반등 카드였다. 이는 주효했다. 이건희 고종현 홍원진 등 젊은 자원을 앞세운 수원은 코리아컵 이랜드전에서 2대1로 승리한 뒤 전남과 경남(4대0 승)을 연파하며 3연승을 질주했다. 9위였던 리그 순위는 6위로 점프했다. 이건희는 "변 감독님께서 에너지 레벨이 높은 나와 (고)종현이를 세워 권완규 이기제와 조합을 꾸렸다. 오늘 무실점 승리도 하고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경기를 통해 수원이 만만치 않다는 분위기가 리그에 전파됐을 것 같다. 기세를 몰아 앞으로 4~5연승을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역대 K리그에선 이건희라는 이름을 달고 뛴 선수가 4명이다. 그중 삼성 선대회장의 이름을 달고 수원에서 뛴 건 2005년생 이건희가 유일하다. 이건희는 지난해 입단할 당시에도 팬들 사이에서 이름으로 화제가 됐다. "입단할 때 이름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라고 웃어 보인 이건희는 "사실 이건희 회장님과 한자, 뜻이 아예 다 똑같다. 부모님께서 좋은 이름을 지어주신 것 같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삼성에서 뛰었다. 수원을 만난 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의 일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팬들 앞에서 간절히 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건희는 경남전을 치르러 이동하는 길에 파리생제르맹 풀백 아치라프 하키미의 영상을 봤다.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건희는 "카일 워커(AC밀란)를 좋아하지만, 오늘은 하키미 영상을 봤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칠 때 도움이 많이 된다"라고 했다. 전반 30분 '폭풍 드리블' 장면에서도 하키미의 모습이 스쳤다. 이건희는 "내가 작년에 코리아컵 2경기, 리그 한 경기 밖에 못 뛰었다. 올해 더 많은 경기를 뛰어 '이건희'를 알리고 싶다. 수원의 다이렉트 승격이 궁극적인 목표지만, 9~10월에 열리는 FIFA U-20 월드컵 본선에도 출전해 내 가치를 드높이고 싶다. 2025년은 나에게 정말 중요한 한 해"라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