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5일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와 천안시티의 '하나은행 K리그2 2025' 6라운드.
이랜드가 에울레르의 멀티골과 아이데일의 추가골을 묶어 3-0으로 앞서 나갔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후반 37분, 김도균 이랜드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서재민을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 페드링요를 투입했다. 흔히 하는 '잠그기' 대신 '한 골 더'를 위한 교체였다. 비록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이랜드는 마지막까지 골을 위해 맹렬한 기세로 싸웠다.
알려진대로 김 감독은 '공격축구의 신봉자'다. '세 골을 먹으면 네 골을 넣으면 된다'는 본프레레 전 A대표팀 감독을 본딴 '균프레레'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감독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20년 53골로 수원FC를 K리그2 팀 득점 1위로 만들며 승격을 이끈 김 감독은 K리그1 입성 후에도 공격축구의 기조를 이어갔다. 2021년 K리그1 팀 득점 3위(53골)로 창단 후 최고 성적(5위)을 만들기도 했다.
2024년 이랜드로 무대를 옮긴 후에도 김 감독의 공격 본능은 계속됐다. 직전 시즌 36골로 최소 득점 3위에 머문 이랜드를 최다 득점(62골)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랜드는 창단 최고 성적인 3위와 첫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성공했다. 올 시즌 공격력은 더욱 업그레이드됐다. 이랜드는 6경기에서 13골을 기록 중이다. 경기당 두 골이 넘는, 팀 득점 1위다.
물론 실점도 적지 않다. 밸런스가 좋아진 올 시즌에도 7골이나 허용하며, 최소 실점 7위에 머물러 있다. 김 감독 특유의 경기 운영 때문이다. 김 감독은 천안전처럼 리드를 하는 경기에서도 수비 숫자를 늘리는 대신 공격 숫자를 유지하거나, 늘린다. 감독 입장에서는 피가 마를 수 있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즐겁다. 올 시즌도 이랜드가 경기를 하면 최소 3골은 터진다. '도파민 축구'로 불리는 이유다.
사실 성적을 생각하면 공격축구를 고수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스포츠계에 유명한 격언이 있다. '공격이 강한 팀은 팬들을 즐겁게 하고, 수비가 강한 팀은 감독을 즐겁게 한다.' 수비가 강해야 성적을 얻는다는 이야기다. 매 시즌을 앞두고 모든 감독들이 으레 "올 시즌에는 팬들이 즐거워 할만한 공격축구를 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승점 1을 위해 발을 뒤로 빼곤한다. 감독직이 '파리 목숨'에 비유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김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 아마추어 지도자부터 프런트까지, 10년 넘게 야인 생활을 했던 김 감독은 한발 물러나 K리그를 보며 세운 원칙이었다. 그는 사석에서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봐도 K리그 경기가 재미없을때가 있다. 팬들이 즐거워하는 것은 공격할때다. 우리팀이 밀어붙이고, 득점을 하면 팬들이 열광할 수 밖에 없다. 성적도 좋지만, 그래야 모두가 산다." 그는 자신의 말을 지키고 있다.
성적은 물론 재미까지 더한 이랜드 축구에 팬들도 화답했다. 2023년 평균 관중 3617명에서 2024년 26.5% 늘은 4575명으로 증가했다. 올 시즌에도 4213명의 평균 관중이 목동종합운동장을 찾고 있다.
이랜드의 당면 과제는 역시 승격이다. 승격을 위해서는 수비가 더 좋아져야 한다. 김 감독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철학과 스타일을 바꿀 생각은 없다. 김 감독은 지금처럼 팬들이 즐거운 축구, 더 많은 골을 넣는 축구로도 승격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