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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클리셰 범벅 '야당' 어디 보자~"…유해진, '3억 개런티' 루머에 웃을 수 없는 영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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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매너리즘에 빠진 걸까 '신 스틸러' 유해진이 주연을 꿰차더니 '감다죽(감 다 죽었다)' 그 자체가 됐다. 영화 속 주요 빌런인데 2% 모자란, 그렇다고 깔끔한 선역도 아닌 그저 그런 애매한 포지션을 맡은 유해진. 재미도, 통쾌함도, 그렇다고 명존세(명치 세게 때리기)를 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일렁이지 않는다. 유해진은 언제쯤 '감다살(감 다 살았다)' 할 수 있을까.

범죄 액션 영화 '야당'(황병국 감독, 하이브미디어코프 제작)이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마약사범 중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 기관에 정보를 제공하는 은어 야당을 모티브로 한 '야당'은 대한민국 마약 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과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역시나 '야당'은 한 번쯤, 아니 잊을만 하면 찾아왔던 극장가 단골 소재인 마약 범죄를 다룬 범죄물이었다. 형이라 부를 정도로 믿었던 검사에게 뒤통수를 맞은 마약 브로커 야당부터 승진에 눈 먼 부폐한 정치 검사와 천상천하 유아독존 대통령 후보자의 망나니 아들까지. 완벽한 클리셰 3종 세트다. 안 봐도 영화 한 편이 그려지는 뻔한 스토리다.

특히 '야당'을 더욱 뒷목 잡게 만드는 건 갈피를 못 잡는 유해진이다. '야당'에서 야심 찬 독종 검사 구관희로 변신한 유해진은 야당 이강수를 연기한 강하늘과 투톱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강하늘은 고사하고 어찌된 게 영화 '베테랑'(15, 류승완 감독)의 조태오(유아인)를 고스란히 답습한 조훈 역의 류경수보다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중앙지검 특수부까지 오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래, 배신, 복수를 일삼으며 야욕을 드러낸 검사는 관객에게 너무 익숙할 만큼 익숙한 단골 캐릭터. 이러한 클리셰 가득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해도 본전치기인 상황에 유해진은 아꼈던 힘을 전혀 분출하지 않는다. '야당'의 메인 빌런이 맞는지 의구심을 가질 정도로 이도 저도 아닌 무(無) 매력 캐릭터로 그저 그렇게 소비될 뿐이다.

이를 의식한 듯 시사회에서 유해진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 구관희에 대해 "야망이 있는 캐릭터인데, 영화 전체적으로는 활기찬 부분도 있고 다양한 색을 가진 캐릭터들도 있지만 나는 색을 죽이면서 내면의 야망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극악의 악랄함을 보여도 모자란 메인 빌런에 오히려 색을 죽였다는 유해진의 난해한 의도가 관객에게 전달될지는 의문이다.

유해진은 한때 충무로가 사랑했던 '신 스틸러'였다가 최근엔 주연으로 자리 잡고 작품당 약 10억(러닝 개런티 제외)을 웃도는 수준의 개런티를 받는 '거물급' 배우가 됐다. 지난 7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짠한형 신동엽'에 출연해 연극 회당 5000만원 개런티를 받냐는 농담에도 "3억 정도 받고 이것저것 빼면 한 2억 남나?"라는 유해진의 너스레가 단순히 너스레가 아니었다. 억 소리 나는 배우 유해진에게 관객은 늘 억 소리 나는 연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가 만든 인생작, 인생캐도 상당하다. "어디 보자~"라는 대사 하나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타짜'(06, 최동훈 감독) 속 고광렬, "가서 장부에 도장 찍어 오너라하면 찍어오고, 못 찍어오면 손가락이라도 잘라 오고, 손가락을 못 자르면 멱이라도 따오너라"라며 전율을 선사한 '이끼'(10, 강우석 감독)의 김덕천, "'음파 음파' 이거만 기억하면 되는겨"라며 포복절도 웃음을 선사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14, 이석훈 감독) 속 철봉이 등 유해진을 볼 때 떠오르는 캐릭터들이 상당하다. 최근엔 '올빼미'(22, 안태진 감독)에서 광기 가득한 인조로 관객에게 섬뜩함을 안기기도 했다.

그랬던 유해진은 어디 갔을까. 초심을 잃은 유해진의 퇴보가 '야당'에서 여과 없이 드러난 셈이다. 멋도 없고 맛도 없고 전매특허였던 재미도 사라졌다. 라이트 했던 '삼시세끼'에 이어 '야당'도 한없이 가볍기만 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