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끝까지 좋은 투수들을 낼 수 있잖아요."
KBO리그는 올해부터 연장전을 11회까지만 운영한다. 지난해까지는 12회까지 승부가 이어졌다. 하지만 현장 감독들의 의견을 모아, 연장전 규정에 대한 논의를 시즌 전 시작했고 11회까지만 축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025 시즌부터 정식으로 피치클락이 시행되면서, 특히 투수들의 체력 소모가 가중될 수 있음을 고려했다. 2024 KBO 리그에서 있었던 59경기의 연장전 경기 중, 11회까지 종료된 경기는 46경기로 총 연장전 경기의 약 78%에 이른다.
과거 한때 '끝장 승부'가 펼쳐졌던 시기도 있었다. 이닝 제한 없이 둘 중 한팀이 승리를 확정지을 때까지 야구를 하는 말 그대로 끝장 승부다. '끝장 승부'가 존재했던 2008시즌에는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가 무려 18회까지 가는 역대 최장 이닝 신기록을 썼고, 5시간 51분 혈투 끝에 두산이 1대0으로 승리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끝장 승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5시간 51분은 역대 최장 시간 경기 2위에 해당하고, 1위는 2009년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기록한 5시간58분(12이닝)이다. 이 경기는 13대13 무승부였다.
팬들이 끝장 승부를 더 선호한다는 반응도 있지만, KBO리그 현실에서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선수층이 얇은데다, 그에 비해 경기수는 많은 편이다. 선수들의 부상 방지와 피로 누적 한계치 등을 감안했을때 쉽지 않다.
그마저도 12회를 11회로 줄이면서, 현장에서는 "부담이 훨씬 줄어들었다"는 반응이다. 정규 이닝 9회를 마치고 나면, 연장전을 치르더라도 10회와 11회 최대 2번씩의 공격과 수비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특히 투수 운용에 대한 부담감이 확 적어졌다.
올 시즌 개막 후 연장전은 5번 펼쳐졌고, 전부 11회에 경기가 끝났다. 10회에 끝난 경기는 아직 없다. 또 그중 무승부는 1번 뿐이었다.
실제 경기를 운영하는 감독들의 논의 끝에 내려진 결론이었는데, 지금까지는 반응이 좋다.
KT 이강철 감독은 "지금 비기는 경기가 거의 안나오지 않나. 보통 연장전은 지난해까지 12회에 점수가 가장 많이 나왔다. 10, 11회까지 좋은 투수들을 다 쓰면, 12회에는 보통 재미없는 투수(필승조가 아닌 투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5,6실점도 하게 된다. 그러나 11회까지 하면 좋은 투수를 끝까지 쓸 수 있어서 경기가 팽팽해진다"면서 "우리가 올해 11회 연장할때도 3시간 안에 끝났다"며 경기 시간 단축 효과도 있다고 보고 있다.
8일에도 잠실 한화 이글스-두산 베어스전에 연장전에 접어들었고, 연장 11회말 두산이 2사 만루에서 터진 김기연의 끝내기 안타로 6대5 승리를 거머쥐었다. 한화는 마무리 김서현에 이어 정우주와 이상규까지 연장에서 쏟아부었고, 두산 역시 마무리 김택연이 무려 2이닝 역투를 펼친데다 최지강이 마지막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다.
하지만 연장전 관련 규정은 향후 추가적으로 보완, 변경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승부치기' 도입에 대한 결단을 언제 내리느냐가 관건이다. 메이저리그는 코로나19 펜데믹 당시 시범 도입했다가 이후 승부치기를 정식 도입한 상태다. KBO리그에서는 현장에서 아직 승부치기에 대한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언급되지는 않고 있지만, 추후 도입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