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연상호 감독(47)이 판타지 요소를 덜어내고 현실로 돌아왔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영화 '부산행', '반도', 드라마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그래비티', '칠드런 오브 맨'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연 감독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의 첫 협업에 대해 "당시 미국 프로젝트의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 여러 제작사들과 미팅 중이었는데, 감독님이 저를 좋아해 주셔서 먼저 프로젝트 제안을 주셨다. 앞서 제작발표회 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감독님은 크리에이터의 비전을 중시한다고 느꼈다. 기획 단계와 편집, 마지막 홍보 마케팅에서도 어떻게 하면 제가 최초로 기획했던 방식이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을 주셨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배우들을 향한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먼저 목사 성민찬 역을 맡은 류준열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본인 연기에 대한 의심을 끊임없이 하는 배우다. 캐릭터의 걸음걸이도 '이렇게 걷는 게 맞을까'하면서 고민을 하더라. 영화를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진지하더라. 류준열을 보면 운동하고 영화밖에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았다. 에너지나 몰입도, 작품을 해석해 나가는 방향성도 좋았다. 류준열이 첫 미팅 때 본인이 질문이 많은 편인데, 괜찮은지 물어보더라. 그래서 '하고 싶은 거 다하셔라'라고 답했다. 쓸데없는 질문도 안 하더라. 본인이 구체적으로 왜 이런 고민을 하는지 명확하게 질문을 해서 그거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 이연희로 분한 신현빈에 대해선 "처음엔 이연희라는 인물을 형사라는 직업에 중점을 둬야 하나, 아니면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가진 캐릭터라는 점이 중요한지 두 가지를 놓고 고민했다"며 "이연희는 죄책감에 짓눌려서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고 느꼈다. 그걸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누가 있을지 고민하다가, 신현빈이 딱 떠올랐다.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에서 악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좋았고, 제가 시나리오 썼던 '괴이'에서도 아이를 잃은 고고학자를 연기할 때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작과 180도 다른 연기를 보여준 신현빈에 대해 "본인 스스로 박복한 캐릭터 연기 전문이라고 하더라(웃음). 원래 배우 자체가 그런 톤일 줄 알았는데, 막상 실제로 만나 보니 너무 밝았다. 얼굴에는 박복미가 있어서 그게 참 신기했다(웃음). 극 초·중반부까진 뭔가에 짓눌려 있고, 고요하게 따라가는 역할"이라며 "뒷부분에서는 본인의 감정을 토해내면서 신현빈만이 표현할 수 있는 연기를 해내더라"고 감탄했다.
차기작 '군체'에서는 전지현과의 첫 작업을 함께했다. 전지현 역시 '암살' 이후 10년 만에 스크린 차기작을 택해 대중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 감독은 "본인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명확하게 설정을 하더라. 톱스타로서 작품을 보는 방향성과 구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영화를 찍으면서 감탄했고, 파트너로서도 큰 힘을 얻게 됐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연 감독은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를 탄탄히 구축시켰다. 그는 "지금도 저는 제 작품을 재밌게 본다. 저만큼 본인이 만든 작품을 재밌게 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작품을 보면서 '아 실수했다'라는 생각은 거의 한 적 없는 것 같다. 항상 재밌게 보고 있고, 자주 돌려보는 편"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