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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나이 먹고 쿨해졌다"…'로비' 감독 하정우, 자신감 이유 있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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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통통 튀는 '말맛' 코미디에 묵직한 내공까지 더해졌다. 감독으로 돌아온 하정우(47)가 세 번째 연출작 '로비'를 자신있게 선보였다.

2일 개봉한 영화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하정우가 '롤러코스터', '허삼관'에 이어 다시 한번 감독으로서 메가폰을 잡았다.

하정우는 '로비' 개봉을 앞두고 급성 충수돌기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아 언론·배급 시사회에 불참했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그는 "퇴원하고 몸을 잘 회복하고 있다. 오히려 맹장이 터져서 더 잘 됐다(웃음). 지난주 금요일에 엄지윤 씨, 이선민 씨를 야심 차게 섭외한 GV(관객과의 대화)도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 빠질 수 없었다. 원래 병원에서는 일요일에 퇴원하라고 했는데 이틀 앞당겨서 했다"고 말했다.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하정우는 "요즘 주변에서 '긴장돼?', '나라도 뒤숭숭한데 이 시기에 개봉해서 어떡해'하면서 물어봐 주신다. 저는 다 자연의 흐름과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개봉 시기를 저 혼자 결정한 것도 아니다.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다. 매 작품 열심히 홍보했지만, 결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주어진 대로 성실하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싶다"고 답했다.

또 세 번째 연출작을 선보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하정우는 "2018년도쯤 '서울타임즈'라는 작품을 준비해서 시나리오 3고까지 집필했었는데, '진짜 이걸 내가 잘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질문에 대해 백 프로 답을 못내리겠더라. 좀 더 생각할 시간을 갖다가 '로비'를 만나게 됐다. '로비'는 2021년부터 마음속으로 그려 넣기 시작했고, 당시 코로나 때 골프를 배우고 필드에 나간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로비'에는 충무로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극을 풍성하게 채웠다. 이 가운데 김의성은 프로골퍼 진프로(강해림)를 향한 잘못된 팬심으로 흑심을 품는 최실장을 연기해 관객들의 분노를 절로 자아냈다. 하정우는 "최실장은 골프를 다 떠나서 제가 봤던 최악의 사람들을 짬뽕시킨 인물"이라며 "본인이 나이스하고 세련된, 매력적인 아저씨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너무 불편하고 함께하고 싶지 않은 인물이지 않나. 빌런 아닌 빌런 캐릭터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진프로를 더 당혹스럽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연기 선배인 김의성에 대해 "의성이 형은 20~30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 잘 어울리시는 분이다. 어떻게 연기하면 더 재수 없고 더럽다는 걸 본인이 잘 아시는 것 같더라(웃음). 워낙 배우로서 해석적인 부분과 철학 스펙트럼이 넓으시기 때문에 이 역할을 영화적으로 잘 표현해 주실 것 같았다. 그래서 의성이 형에게 모든 걸 맡기게 됐다. 캐릭터 디자인과 시나리오만 세팅된 상태에서 나머지 감정 표현은 다 형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또한 '로비' 개봉에 앞서 강말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로, 차주영은 tvNX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원경'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에 하정우는 "두 배우가 너무 잘 돼서 좋다. 말금 씨는 '폭싹 속았수다'로 저희한테 면이 섰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건 너무 겸손한 표현이다. 이미 훌륭한 배우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작품에 모신 거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말금 씨는 더 어마어마한 배우가 될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앞서 하정우는 '로비' 전체 리딩 10번, 소그룹 리딩을 20번 진행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는 "17년 전에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촬영했는데, 감독님이 아침에 시나리오를 주시더라. 불만은 아니고 촬영 한 시간 전에 대본을 주시는 이유가 궁금해서 여쭤봤더니, 작품 방향성과 메시지가 올곧게 가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어느 정도 컨트롤하고 싶은 마음에 배우들에게 여지를 주지 않겠다고 하시더라. 저는 그렇게 가혹하게 하지 않았다. 배우들과 대본 리딩을 하면서 점점 더 채워나갔다. 대신 촬영 전에 모든 걸 다 끝내놓고 싶었다. 제가 연출뿐만 아니라 연기도 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이래라저래라 디렉션을 할 겨를이 없었고, 최대한 콘티에 맞춰서 촬영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박찬욱 감독, 최동훈 감독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계 거장들과 함께 작품을 해왔다. 하정우는 "좋은 감독님들은 배우들을 향한 애정이 깊다. 최동훈 감독님도 본인이 만든 캐릭터와 배우들을 굉장히 사랑하신다. 어떻게든 다 녹여내려고 애를 많이 쓰신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어떠한 마음으로 영화를 찍는지 옆에서 봐왔기 때문에, 저 또한 그런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 또 '로비'에 액션신 분량이 많은데, 촬영하면서 류승완 감독님을 떠올리게 됐다. 류 감독님은 액션신을 찍을 때마다 날아다니신다. 다른 감독님들은 10회 차 찍으실 걸, 3회 차만에 다 촬영을 끝내신다. 그걸 보면서 '나도 저런 방식으로 찍어야겠다' 하고 배우게 됐다. 나홍진 감독님과 박찬욱 감독님을 통해서는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김용화 감독님을 통해서는 현장 지휘 능력을 보고 배우려고 노력했다. 윤종빈 감독은 워낙 어렸을 때부터 봐왔기 때문에, 어쩌면 제가 영화를 찍을 때 가장 큰 가르침을 준 친구는 윤종빈 감독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책상에 앉아서 연출을 배웠다기 보단, 서당개 스타일로 훌륭한 감독님들 뒤에서 어깨너머로 배웠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