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베테랑 투수도 힘겨워할 상황을 거뜬히 이겨냈다. 특급 루키 정우주(19)가 또 한 번 성장했다.
정우주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 5-5로 맞선 10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최고 155㎞ 강속구와 슬라이더를 섞어 1이닝 무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화는 이날 1회초 노시환의 3점 홈런으로 초반 분위기를 가지고 왔지만, 아쉬운 수비와 투수진 난조 등이 겹치면서 5-5 동점을 허용한 채 연장에 돌입했다.
9회말 올라온 마무리투수 김서현의 투구수가 10개 밖에 되지 않았던 만큼, 10회말에도 올라오나 싶었지만 한화의 선택은 신인 정우주였다.
2025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정우주는 고교 시절부터 150㎞ 중후반의 강속구를 던지면서 '최대어 투수'로 평가받았다.
전체 1순위 영광은 친구 정현우(키움)의 차지였다. 정우주는 두 번째로 이름이 불렸고,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등에서 정우주는 일찌감치 구위를 인정받았다. 특히 시범경기 3경기에서는 2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1군 정착 가능성을 알렸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30일 KT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정우주는 이날 경기 전까지 총 6경기에 등판해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3실점을 하며 흔들렸던 적도 있었지만, 꾸준하게 삼진을 잡아내면서 확실하게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연장 10회말 두산 타선은 3번 타순부터 시작했다. 3번타자였던 양의지가 김기연으로 바뀌었지만, 4번 양석환 5번 강승호는 그대로였다. 양석환과 강승호는 물론 김기연 또한 한 방이 있는 타자. 자칫 실투라도 나오면 끝내기 홈런을 맞을 수도 있었다. 장타 역시 경계 대상이었다.
신인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순간. 정우주의 두둑한 배짱이 빛났다. 선두타자 김기연과 승부에서 연달아 직구 세 개를 던지며 3구 삼진을 만들었다.
양석환과의 승부 역시 과감했다. 초구 슬라이더가 바깥쪽 빠졌지만, 이후 직구 세 개를 꽂아넣었다. 결국 양석환도 153㎞ 빠른 공에 타이밍이 늦으며 2루수 플라이로 돌아섰다.
강승호의 승부에서는 볼 세 개가 연속으로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면서 불리한 볼카운트가 됐다. 그러나 계속해서 직구 승부로 경기를 풀어갔고, 6구째에는 155㎞의 직구를 던지기도 했다. 강승호의 집중력 있는 커트에 결국 볼넷 출루가 이뤄졌다. 그러나 후속 김재환을 상대로도 직구 5개를 던져 포수 플라이 아웃을 만들면서 10회말을 지워냈다.
투수진 막내가 만들어준 또 한 번의 기회. 그러나 한화 타선은 연장 11회초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최지강을 상대해 심우준-황영묵-플로리얼이 삼진과 범타로 물러났다.
결과는 냉혹했다. 연장 11회말 등판한 이상규가 안타와 번트, 볼넷 등으로 2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김기연의 끝내기 안타로 경기를 내줬다.
한화로서는 가슴 쓰린 2연패. 그러나 정우주에게는 연장 10회말 긴장 가득한 승부는 또 한번 성장의 밑거름으로 남게 됐다.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