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스페인의 거함 레알 마드리드가 침몰했다.
아스널은 9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8강 1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3대0으로 완파했다. 4강 고지가 목전이다. 아스널은 17일 2차전에서 두 골 차로만 패해도 4강에 오른다.
세트피스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주인공은 데클란 라이스였다. 라이스는 후반 13분과 25분, 프리킥으로 연속골을 터트렸다. 축구 통계 전문 '옵타'에 따르면 UCL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직접 프리킥으로 두 골을 넣은 선수는 라이스가 최초다. 아스널은 후반 30분 마일스 루이스-스켈리의 패스를 미켈 메리노가 왼발 논스톱슛으로 마무리해 쐐기를 박았다.
'디펜딩챔피언' 레알 마드리드는 킬리안 음바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주드 벨링엄 등이 총 출동했지만 단 한 골도 터트리지 못하고 원정에서 체면을 구겼다. 설상가상 미드필더 에두아르도 카마빙가가 경기 종료 직전 경고 2회로 퇴장당하며 2차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라이스만큼 화제를 뿌리고 있는 주연은 또 있다. 아스널의 세트피스를 전담 지도하는 니콜라스 조버 코치다. 영국의 '더선'은 이날 '라이스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두 번의 화려한 프리킥을 성공시켰지만, 일부 아스널 팬들은 조버 코치가 진정한 영웅이라고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버 코치는 라이스의 프리킥 전 터차라인에서 채찍질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팬들은 조버 코치가 라이스에게 레알 마드리드 벽을 돌아가며 볼을 찰 것을 주문했고, 실제로 골로 연결됐다는 반응이다.
SNS도 뜨겁다. 팬들은 '조버는 마법을 부리는 코치다', '그는 내 평생의 영웅이다', '다음 주까지 에미레이츠에 조버 동상을 세워달라'는 등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또 달랐다. 라이스는 "조버 코치가 크로스하라고 했다. 그런데 부카요 사카가 '느끼면 차라'고 말했다. 볼과 골키퍼를 보면서 '이걸 바깥쪽으로 감아찰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법같은 순간이었다"고 미소지었다. 라이스는 조버 코치가 골이 터진 후 기뻐하는 영상을 본 후 비웃기도 했지만 '해피엔딩'이었다.
다만 조버 코치가 둥지를 튼 후 아스널의 세트피스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는 독일 태생 프랑스 국적의 '1981년생 세트피스 전문가'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아스널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맨시티에서 함께 온 스페셜리스트다.
조버 코치 영입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20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3번째로 적은 세트피스 득점을 기록한 아스널은 다음 시즌 데드볼 상황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팀으로 변모했다.
이번 시즌도 EPL에서 세트피스 최다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