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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107억을 안겼구나...점수 내기 힘들지? 내가 막아버릴게, 10K 압도 '에이스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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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래서 107억원을 과감하게 투자했구나.

타선은 흐름을 탄다. 타자들은 1년 내낸 잘 칠 수 없다. 오르락, 내리락이 있다. 또 팀 타선 전체가 부진하면, 그 부진이 전염된다. 찬스에서 '또 못 치면 어떻게 하지'라는 압박감이 선수들을 누른다.

이럴 때 연패에 빠지기 십상이다. 1~2점 앞서도 왠지 역전을 당할 것 같은 느낌. 이럴 때 팀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선발 투수가 경기를 압도해버리는 것이다. 점수가 안 날 때는 투수력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

'난세의 영웅'이 나타나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에이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런 좋지 않은 흐름을 끊어주는 게 에이스의 역할이다.

고영표가 왜 KT의 토종 에이스인지 잘 보여준 한 판이었다. KT는 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3대2로 신승, 3연패 늪에서 탈출했다. 연패 사이 30일 롯데 자이언츠전 4대4 무승부도 2번의 경기 마무리 찬스를 날려 사실상 진 느낌의 경기. 사실상 4연패를 끊어냈다고 봐도 무방한 중요한 승리였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KT 방망이는 얼어있다. 지난달 25일 두산 베어스전 8득점 후 치른 10경기 득점이 2-4-2-1-4-9-1-2-0-3득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력한 투수의 힘으로 팽팽한 흐름을 만들거나, 승기를 잡는데 믿었던 마무리 박영현이 흔들려 경기를 내주는 장면도 반복됐다.

8일 NC전도 1회 선취점을 내줬다. 3회 장성우의 역전 2타점 적시타와 4회 상대 폭투로 겨우 3점을 만들어냈다. 투수진이 흔들리면 또 질 위기였다.

하지만 KT에는 고영표가 있었다. 지난달 30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 6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고퀄스'의 위용을 과시했다. 다만 타선 지원 부족으로 승리를 따내지 못했었다.

이를 알아서인지 고영표는 이를 악물었다. 1회 선취점을 준 게 오히려 약이 된 듯 더욱 집중했다. 7이닝 3안타 1실점. 놀라운 건 삼진을 10개나 잡았다는 것과 4사구가 1개도 없었다는 점. 그 와중에 투구수는 단 99개 뿐이었다. 주무기 체인지업이 춤을 췄다. 그만큼 1회 폭투로 1점을 주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는 뜻이었다. 선발 투수가 경기를 지배하는 건, 이런 거구나를 보여준 정석과도 같은 피칭이었다. 2022년 4월6일 SSG 랜더스전 이후 1098일만에 한 경기 두자릿수 삼진 기록을 달성했다.

선발이 이닝을 길게 가져가주자 KT 이강철 감독은 8회와 9회 가장 믿을 수 있는 김민수, 박영현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민수가 김형준에게 홈런을 맞고, 박영현도 선두타자 볼넷에 황당 보크로 동점 위기에 몰렸지만 NC 상위 타순을 상대로 세이브를 따내 승리를 지켜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뭐가 됐든, 일단 연패를 끊고 보는 게 가장 중요했다. 고영표의 호투도 빛났지만, 박영현의 구위가 살아나는 모습이 보여진 것도 KT에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렇게 한 번 막힌 혈이 승리로 뚫리면, 거짓말처럼 방망이가 살아나는 경우가 많다. 과연 '고영표 은총'을 받은 KT 타선이 살아나며 상위권 싸움에 가담할 수 있을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