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메이저리그 콜업'은 커녕, 트리플A 잔류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맹타는 일시적인 현상이었던 것 같다. 배지환(26)이 올해 첫 마이너리그 경기에서도 무안타로 침묵했다. 타격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산하 트리플A팀인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에 속한 배지환은 9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캔터키주 루이빌의 루이빌슬러거 필드에서 열리는 루이빌 배츠(신시내티 레즈 산하 트리플A팀) 전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 4일 충격적인 마이너리그행 통보를 받은 지 5일 만에 나선 배지환의 올해 첫 마이너리그 경기다.
당초 배지환은 메이저리그에서 2025시즌을 출발했다. 스프링캠프에서 타율 0.381에 OPS 1.017이라는 기대 이상의 맹타를 휘두르며 메이저리그 개막 엔트리(26명) 진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메이저리그 경기에서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실력만 보여줬다.
지난 달 30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는 1번 중견수로 선발출전했다가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고개를 숙였고, 31일 마이애미전 때는 8회초 대주자로 나와 무리하게 3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당하며 득점 찬스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후 경기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던 배지환은 결국 지난 4일, 마이너리그행 통보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2경기-4타석만이었다.
기회를 더 줄 법도 했지만, 피츠버그 코칭스태프는 가차 없었다. 초반부터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꼴찌로 떨어진 탓에 여유가 없었다. 뭐라도 변화를 시도해야 했고, 때 마침 타격과 주루 모두 실망만 안긴 배지환이 시범케이스로 걸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배지환이 비록 예상보다 빨리 마이너리그로 떨어지긴 했지만, 빅리그 재진입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피츠버그 외야수들이 죄다 타격 슬럼프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지환이 트리플A 수준을 능가하는 타격 능력을 보여주면 콜업 기회는 얼마든 제공될 듯 했다.
하지만 이건 희망에 가득찬 기대에 불과했다. 현실은 처참하다. 배지환은 트리플A에서도 타격 적응을 걱정해야 할 수준이었다.
배지환은 이날 루이빌과의 트리플A 원정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헛스윙 삼진도 2개나 당했다. 리드오프로서의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인디애나폴리스도 2대4로 역전패당했다. 2-0으로 앞선 8회말 불펜이 대거 4점을 헌납하며 무너졌다.
1회초 첫 타석. 루이빌 선발은 우완 강속구 투수 체이스 페티(22)였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미네소타 트윈스가 1지명으로 뽑은 기대주였지만, 아직 메이저리그 경험은 없다. 98마일(약 158㎞)의 강속구를 던지지만, 제구는 들쭉날쭉이다.
배지환이 유리한 승부를 이어갔다. 초구와 2구 모두 볼, 스트라이크존의 위와 아래로 크게 벗어났다. 로케이션이 제멋대로 튀었다. 3구는 바깥쪽 높은 스트라이크. 4구는 위쪽 높은 볼. 볼카운트 3B1S였다. 여기까지 모두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나이 어린 '와일드씽' 투수가 첫 타자에게 포심만 던지며 제구를 잡아나가는 상황이다.
영리한 타자라면, 이 상황을 제대로 이용했을 것이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다음 공을 노리기 딱 좋은 타이밍. 혹은 볼넷 출루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불행히도 배지환은 이런 유형의 타자가 아니었다. 배지환은 5구째 한 복판으로 들어온 96.2마일 포심에 방망이를 헛돌렸다. 이어 6구째 포심(96마일)이 높은 코스로 들어오자 여지 없이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지난 달 30일 마이애미전에서 3개의 삼진을 당할 때의 '붕붕 스윙'이 또 나왔다.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3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배지환은 볼카운트 2B2S에서 7구째 몸쪽 슬라이더(91.6마일)를 잡아당겼다가 1루수 땅볼에 그쳤다.
1-0으로 앞선 4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나온 세 번째 타석에서 또 페리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이번에도 유리한 볼카운트를 이용하지 못했다. 초구 포심(96.7마일)은 높이 떴다. 2구와 3구 포심에 두 번 연속 헛스윙. 4구(포심)과 5구(슬라이더)는 모두 몸쪽 볼.
페리가 여기까지 던진 5개의 공 중에서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건 2구 하나 뿐이었다. 1~4구 모두 포심이었는데 대부분 높이 떴다. 선구안과 인내심이 조금만 뒷받침 됐더라면 배지환은 1루에 걸어 나갈 수 있었다. 수싸움이 전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반면 상대 배터리는 배지환이 95마일 이상의 포심을 제대로 치지 못한다는 걸 파악한 듯 했다. 5구 슬라이더 이후 다시 96마일대 포심만 던졌다. 배지환은 6구와 7구는 파울로 간신히 걷어냈다. 스윙스피드가 밀린 모습이었다. 그러다 8구째 96.1마일 포심이 높은 코스로 들어오자 여지없이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페리와의 승부에서 완전히 밀린 배지환은 7회초 1사 후 네 번째 타석에서는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4타수 무안타 2삼진. 리드오프임에도 1루를 한 번도 밟지 못했다. 두 번 다시 나오지 말아야 할 최악의 경기였다. 이런 모습이 계속 이어진다면, 절대 메이저리그 콜업을 기대할 수 없다. 배지환의 각성이 필요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