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아, 죽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는데…."
두산 베어스는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6대5로 승리했다.
연장 11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 김기연의 적시타로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가 찍혔다.
끝내기로 가는 길목. 과감했던 주루가 한몫했다.
두산은 1회초 3점을 내줬지만, 1회와 4회 점수를 내면서 4-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7회초와 8회초 실점이 이어지면서 다시 한화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8회말 두산은 선두타자 양의지의 2루타로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양의지는 대주자 박지훈과 교체됐다. 박지훈은 올해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가 지난달 27일 퓨처스로 이동했다.
박지훈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내야수 이유찬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고, 박지훈은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선발 라인업 대신 대수비 및 대주자의 나서는 역할. 박지훈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해냈다.
양의지의 2루타 이후 타석에 선 양석환이 3루수 땅볼을 쳤다. 3루수가 공을 잡아 1루로 공을 던지는 순간. 2루에 있던 박지훈은 과감하게 3루로 내달렸다. 주력과 배짱이 없었다면 쉽게 시도할 수 없던 장면. 1루수 채은성이 급하게 송구를 했지만, 박지훈의 발이 조금 더 빨랐다.
3루의 안착한 박지훈은 다음 타자였던 강승호 타석에서 폭투가 나오자 다시 한 번 홈으로 내달렸고, 세이프가 됐다. 두산이 5-5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던 순간. 박지훈은 9회초 포수 김기연과 교체되면서 이날 임무를 마쳤다.
8회말 박지훈의 주루로 동점을 만든 두산은 결국 연장 11회말 끝내기로 승리를 잡았다. 2연승과 함께 7승7패로 5할 승률 회복에도 성공했다.
경기를 마친 뒤 박지훈은 "상황은 긴박했지만 준비는 하고 있었다. 벤치에 있을 때부터 다리를 계속 풀면서 발이 잘 나갈 수 있도록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며 "무사였지만 대주자로 나온 만큼 상황이 나오면 과감히 선택하려고 했다. 뛸 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 했고, 3루에 들어온 뒤에는 비디오 판독을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세이프 판정 후 안도감이 들었다"고 웃었다.
짧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의 시간이 멘털을 다잡게 된 계기가 됐다. 박지훈은 "이번에 1군 올라오면서 '할까말까 할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든 부딪히자'라고 다짐했다. 니무라 총괄님께서도 항상 자신있게, 실수는 잊고 플레이에 집중하는 것을 주문하셨다. 감사드린다"고 했다.
빅지훈은 "아직은 보여드린 게 많지 않지만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감사드린다. 이제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작은 부분에도 몸을 아끼지 않는 모습으로 승리에 어떻게든 보탬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