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오늘은 자신 없으니 쉬고 싶다고 하면 제 입장에선 땡큐거든요."
이호준 NC 다이노스 감독이 자신감 보다는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상대 전적이 나쁜데 나가서 부진할 바에 쉬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이호준 감독은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25 KBO리그' KT 위즈전에 앞서 손아섭이 선발에서 빠진 이유를 설명하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KT 선발은 좌완 에이스 헤이수스다. 헤이수스는 좌타자에 매우 강하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지난 시즌 0.207에 불과했다. 올해도 표본은 적지만 0.111다.
이호준 감독은 "힘들고 조금 쉬어 줘야 할 타이밍이다. 이왕이면 좀 좌투수, 특히 본인이 상당히 꺼리는 투수가 나왔을 때 휴식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사실 저는 선수가 '저 이 선수한테 자신 없어요. 쉬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면 땡큐다. 절대로 그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도 해봤기 때문에 공감한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과거에는 주전 선수가 전 경기를 나가야 한다는 관점이 우세했다. 책임감을 중요하게 여겼다. 중심 선수가 데이터에 따라 출전에 소극적인 모습을 나타내면 '개인 기록을 관리한다'는 태도로 보였다.
하지만 현대 야구는 매치업과 로테이션 및 체력 안배가 매우 중요하다. 휴식 타이밍에 천적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빠질 수 있다.
이호준 감독은 "차라리 팀을 위해서라도 다른 선수가 기회를 잡아 보는 편이 좋다. 쉴 때에도 가급적이면 효율적으로 쉬어보자는 마인드다. 타격코치를 할 때부터 이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좌타자 박민우도 라인업에서 빠질 뻔했다. 이호준 감독은 "사실은 오늘 박민우도 쉬고 서호철로 갈까 했다. 그런데 박민우는 본인 의지가 워낙 강했다. 이렇게 또 자기가 나가겠다고 하니 이것 또한 감독 입장에서 고맙다"고 웃었다.
선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 이호준 감독은 "억지로 출전시켜봐야 결과는 뻔하다. 기분 좋게 쉬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 경기에 미안해서라도 더 집중할 수도 있다. 그런 점도 노리기도 한다. 몸에 맞는 공을 당했거나 트라우마가 있는 투수가 나오면 마음과 달리 몸이 반응한다. 내가 배려해 줘야 한다. 어차피 144경기 다 나갈 수 없다"고 짚었다.
수원=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