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공연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와이 특유의 느릿느릿한 가락이 펼쳐지는 음악 공연을 즐길 수 있는가 하면, 세계 정상급 박진감 넘치는 서커스 공연을 볼 수도 있다.
화려한 공연을 즐겼다면, 역사적 현장을 둘러보며 과거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 '매드 맥스'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화려한 공연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메가톤급 쇼 가운데 하나인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하와이에서도 이 공연이 시작됐다고 했다.
태양의 서커스로 알려진 이 쇼는 정확하게 말하면 태양의 서커스 그룹의 '아우아나'(Auana)라는 쇼다.
공연장인 비치커머 호텔은 와이키키 도심에 있어 도보로 이곳저곳을 오가기 무척 편리한 곳이었다.
자칫 그 옛날의 서커스 같은 수준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극한의 곡예에 예술성을 입혔다고 보면 된다.
다양한 곡예가 펼쳐졌는데 압권은 마지막에 있었다.
거대한 프로펠러 양 끝에 쳇바퀴 같은 것이 달린 기구가 무대 위에 펼쳐졌다.
2명의 출연진이 회전하는 프로펠러 끝의 쳇바퀴 안팎을 뛰어다니며 곡예를 펼쳤다.
마치 영화 '매드 맥스'의 주인공이 눈앞에서 묘기를 펼치는 듯한 묘기가 연출됐다.
관중은 기립박수로 환호했다.
이 쇼는 하와이에 도입된 지 몇 달 안 되는 '따끈한 신상'이었다.
이제 한국에서도 태양의 서커스 공연을 예약할 수 있게 됐다.
다음 날 저녁에는 로열 하와이안 센터에서 펼쳐진 '록 어 훌라'(Rock-A-Hula) 쇼를 감상했다.
로열 하와이안 센터는 와이키키의 핵심 위치에 있는 문화센터다.
시티투어 버스 승하차가 이뤄지는 이곳은 다양한 문화공연과 명품 쇼핑몰, 식당 등이 몰려있는 와이키키 관광의 중심지다.
1시간가량 지속된 쇼는 하와이 음악과 문화의 진수를 보여줬다.
백미는 엘비스 프레슬리로 분장한 출연진의 공연이었다.
엘비스는 생전에 하와이를 무척 사랑했다고 한다.
식사 전 극장 앞에 마련된 야외 식당에서는 훌라 댄스를 감상하면서 뷔페를 즐길 수 있다.
단체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 별생각 없이 들렀는데 음식과 디저트의 수준이 깜짝 놀랄 만큼 좋았다.
오아후의 공연 가운데 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나 레이 알로하'(Na Lei Aloha)를 빼놓을 수 없다.
지역 고유의 문화를 가꿔나가는 지역 단체 '킬로하나'(Kilohana)가 선보이는 쇼다. 레이는 손님을 환대할 때 쓰는 하와이 전통 목걸이로, '알로하'(Aloha) 정신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향기로운 꽃으로 만든 화환은 소중한 기억과 특별한 순간, 그리고 깊은 애정을 담고 있다.
또한, 하와이의 섬과 사람들 사이의 유대를 기리는 상징이기도 하다.
관람객은 공연을 통해 레이가 지닌 의미를 공감할 수 있게 된다.
하와이 문화와 알로하 정신을 기리는 특별한 순간이다.
전망 좋은 하얏트 호텔 야외 테라스에서 석양과 함께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얏트호텔 뷔페 레스토랑과 식사를 공유한다.
호텔 뷔페식 이후 멋진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쇼를 관람하다 보면 생체 시계가 느릿느릿해짐이 느껴진다.
하와이에 빠져든 것이다.
◇ 잊지 못할 진주만
한국 관광객이 놓치기 쉬운 여행지가 진주만이다.
1941년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으로 전함 5척이 침몰하거나 좌초되고 2천300여 명의 병사들이 목숨을 잃은 현장이다.
이곳에는 그런 역사적 사실들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아리조나호 등 침몰당한 많은 군함의 흔적들을 보존하고 있다.
이 가운데 보물을 하나 발견했다.
우리나라 운명과도 연관이 있는 미주리호가 정박해 있는 '배틀쉽 미주리 메모리얼'이다.
제2차 세계대전 도중 뉴욕 브루클린 해군 공창에서 건조된 미주리호는 일본의 패망 당시 도쿄항에서 일본으로부터 항복 문서를 조인받은 전함이다. 당시 일본 측 인사 가운데는 A급 전범이자 외무대신이었던 시게미쓰 마모루도 있었다.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공원 의거로 상처를 입어 의족을 착용한 상태로 조인식에 참석한 장면을 찍은 사진이 미주리호에 걸려있다.
1950년 한국전쟁의 발발로 미주리호는 한국전에도 투입돼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군함이 됐다.
미주리호는 흥남 앞 바다에서 미 제3보병사단의 철수를 돕는 '흥남 철수' 작전에 투입되기도 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5년 4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