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걱정 없던 염경엽 감독이었을텐데...
LG 트윈스는 거침 없었다. 개막 후 12경기 11승1패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으니 말이다. 염경엽 감독이 의도한대로 야구가 다 됐다. 손주영 전격 2선발 승격,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5선발 송승기 카드 등이 모두 다 들어맞았다. 13승 투수 엔스를 포기하고 데려온 치리노스도 시즌 초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타선도 마찬가지다. 육성,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LG의 시즌 초반을 보면 '타격 기계' 김현수가 사실상 플래툰 시스템 하에 뛰고 있다. 김현수가 좌투수가 선발로 나올 경우 경기에 빠진다는 걸 이전까지 상상이나 해본 적이 있었을까. 이게 가능한 건 송찬의, 문정빈 등 새로운 자원들이 그만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LG는 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0대4로 완패했다. LG가 올시즌 무득점 경기를 한 건 이날이 처음. 그러니 더욱 충격적이었다.
선발 로젠버그에게 13삼진, 선발 전원 삼진을 당한 타선도 문제였지만, 이날 드러난 가장 큰 걱정거리는 바로 지난해 '가을 영웅' 에르난데스였다. 지난 시즌 대체 선수로 와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는 팀 사정상 뒷문을 지켰던 선수. 재계약에 성공했고, 올해는 원래대로 선발로 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LG가 그렇게 잘 나가는데 에르난데스가 나온 2경기만 패했다. 2일 KT 위즈전 ⅔이닝 8실점의 충격적인 피칭을 했다. 9일 키움전에서도 5⅓이닝 4실점인데, 홈런을 3방이나 허용했다. 2경기 모두 패전투수.
키움전 최고 구속은 151km를 찍었다. 공은 빠르다. 하지만 가벼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제구가 되지 않으면, 150km 이상의 공을 이제는 당연하게 상대하는 KBO 리그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또, 불펜으로 짧게 이닝을 소화할 때는 공이 조금 가벼워도 빠르기만 하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선발은 얘기가 다르다. 꾸준히 위력적인 공을 던질 스태미너가 부족하다면, 오히려 빠른 공이 장타를 허용할 확률이 높아진다. 제구가 정교한 스타일도 아니다. 구종은 많지만, 투구 패턴도 단조롭다.
또 좌타자에게 유독 약하다. 올시즌만 해도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8푼7리, 좌타자 3할4푼8리다. 표본이 적다면, 지난해 기록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시즌 우타자 피안타율이 1할8푼3리였다면, 좌타자는 2할7푼7리였다. 그래서 키움은 9명 타자 중 7명을 좌타자로 배치하는 선택을 했고, 결국 송성문-이주형-박주홍 세 좌타자들이 홈런을 때려냈다.
첫 등판 한화 이글스전 승리를 따냈지만, 이어진 두 경기 패전 상황을 돌이켜보면 염 감독의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을 듯 하다. 나머지 선수들은 잘해주는데, 외국인 투수 자리에서 구멍이 생기면 선두 싸움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