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에 꽃 비추자 흙·비료 추천…조경 서비스 제안도
구글 "멀티 에이전트 생태계 지원"…에이전트 간 통신 프로토콜 공개
야놀자·카카오헬스케어, 구글과 협력 강화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식물에 가장 적합한 흙과 비료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카메라에 화분을 보여주세요"
사회자가 카메라에 보라색 피튜니아꽃을 비추자 인공지능(AI) 에이전트(비서)는 "피튜니아는 배수가 잘되는 비옥한 흙과 개화용 비료가 잘 어울려요. 피튜니아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드릴게요"라고 응답했다.
에이전트의 도움으로 온라인 장바구니를 채운 사회자가 장난스레 집에 와서 식물을 직접 심어줄 수는 없는지 질문하자 AI는 "조경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며 "피튜니아 40개를 심는 네 시간짜리 작업을 제안합니다. 비용은 약 200달러로 예상됩니다"라는 경쾌한 답변을 내놨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5' 기조 강연에서는 구글이 공개한 '참여형 AI 에이전트' 기능이 관중을 사로잡았다.
단순한 업무 효율성 차원을 넘어, AI 에이전트가 자체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이용자와 상호 작용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경험을 선사한 순간이었다.
구글 클라우드는 이번 행사의 핵심 주제로 '멀티 에이전트 생태계 구현'을 꼽았다.
복잡한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을 간편하게 구축할 수 있는 '에이전트 개발 키트'(ADK), 에이전트 간 통신이 가능한 개방형 '에이전트 투 에이전트'(A2A) 프로토콜 등 신규 기능과 기업이 에이전트를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호운용성' 비전도 발표했다.
A2A 프로토콜은 여러 에이전트가 연결되는 '멀티 에이전트'의 원활한 데이터 교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규약이다.
토마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A2A 프로토콜은 에이전트끼리 질문을 주고받거나 협상하고, 정보를 요청하는 과정을 지원한다"며 "다양한 기업들이 통합된 생태계에서 자유롭게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협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 클라우드와 협력 중인 국내 기업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내놨다.
10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이준영 야놀자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행사를 계기로 "AI 에이전트가 더는 개념이 아닌, 서비스와 기업에 연동돼 실질적인 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야놀자는 지난 2월 구글 클라우드와 데이터 기반 AI 파트너십을 맺고 여행 산업에 특화된 AI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CTO는 고객에게 즉각적이고 다양한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구글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기성 구글 클라우드 코리아 사장은 "야놀자를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수천 개의 에이전트를 쏟아내고 있다"며 "구글의 에이전트 상호운용성 개념은 클라우드, 에이전트, 모델을 넘나들며 오케스트레이션(조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헬스케어도 구글과 AI 에이전트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10일(현지시간) 진행한 영상 인터뷰에서 "여러 멀티모달 AI를 어떻게 에이전트화할 수 있을지 구글과 논의하고 있다"며 "사용자 관점에서는 혈당 관리 설루션 '파스타' 내비게이션 또는 파스타 비서와 같이, 식이·운동 등 어떤 형태의 요구에도 에이전트가 가장 적합한 서비스, 모델, 분석 알고리즘을 찾게 하는 게 올해 목표"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구글 클라우드의 '화분 시연'에 등장한 음성 에이전트 기능을 서비스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신수용 카카오헬스케어 선행기술연구소장은 진료 예약·변경·환자 카드 등을 관리하는 '케어챗' 서비스를 사용하는 노인들이 여전히 카카오톡보다 전화 방식을 선호한다며 구글의 에이전트 기능이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신 소장은 "(시연에서) AI 에이전트가 농담도 받아치는 대답을 했는데, 라이브 데모라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다"며 서비스 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hyunsu@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