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화담숲 아성에 삼성 에버랜드 '정원 구독'으로 도전장
양쪽 모두 '도슨트 투어' 도입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삼성과 LG, 한국을 대표하는 두 그룹이 올봄 정원 시장을 놓고 맞붙었다.
수도권의 대표 정원이라면 누구나 LG 상록재단이 조성한 경기도 광주의 화담숲을 떠올린다. 이에 삼성 에버랜드가 '정원 구독 서비스'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면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놀이공원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에버랜드의 새로운 정원 콘텐츠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쏠린다.
◇ 에버랜드, '정원 구독'과 캐릭터로 도전장
에버랜드는 올해 장미축제 4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의 사계절 정원 구독 서비스인 '가든 패스'(Garden Pass)를 발매했다.
가든 패스는 꽃과 정원을 사랑하는 고객들을 위한 식물 특화 체험 행사로, 매월 새로운 꽃과 체험 콘텐츠는 물론 구독자에게 최초 공개되는 정원 등 다채로운 식물 프로그램을 몰입감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레귤러와 레귤러 플러스, 프리미엄 등 3단계로 나눠진 정원 구독 서비스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던 숲과 정원을 구독자들만이 나의 공간처럼 여유를 갖고 즐길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에버랜드 문을 여는 280일 가운데 등급에 따라 4일(레귤러 등급) 또는 8일(프리미엄) 동안 원하는 날짜를 선택해 정원을 향유할 수 있게 했다.
특히 그동안 일반에 개방된 적 없는 미공개 정원을 최초로 공개하는 등 가든 패스 구독자들만 경험할 수 있는 독점적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예를 들어 용인 8경 중 하나로 꼽히는 호암 미술관 인근 벚꽃길을 구독자에게만 문을 열어 야간 관람의 기회를 주는 것 등이다.
도슨트 투어도 빼놓을 수 없다. 조경 전문가가 진행하는 도슨트 강좌에 구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튤립과 어우러진 산리오 캐릭터들을 배치해 색다른 정원 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화담숲에 도전장을 낸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에버랜드 관계자는 "경쟁이라기보다 에버랜드의 정원은 좀 결이 다르다"면서 "에버랜드만의 대자연 인프라와 오랜 노하우를 결합해서 정원 문화를 선보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 산수유 등으로 봄 단장한 화담숲
화담숲은 최근 수선화 축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봄의 문을 열었다.
LG 상록재단이 우리 숲 생태계 복원에 뜻을 두고 2013년 개원한 경기도 광주의 화담숲은 16만5천㎡ (약 5만평) 대지에 4천3백여종의 국내외 자생 및 도입 식물을 보유한 대규모 정원이다.
모두 16개의 테마원으로 조성된 화담(和談)숲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는 의미를 지녀 인간과 자연이 교감할 수 있는 생태 공간을 지향한다.
2010년 완공됐는데도 3년 동안 개장에 뜸을 들인 것은 수목원 방문에 대한 반응을 살펴 보완해야 한다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뜻 때문이다.
개원과 함께 화담숲은 5.3km의 산책길을 따라 봄을 대표하는 노란색의 산수유를 비롯해 복수초, 풍년화 등 봄꽃들이 언 땅을 뚫고 가장 먼저 봄을 알렸다.
화담숲의 16개 테마원마다 4천여종의 식물들이 저마다의 빛깔로 꽃망울을 피워 봄의 정취를 더한다.
특히, 남녀노소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완만한 산책길을 따라 히어리, 개나리 등 봄꽃들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다채로운 볼거리로 상춘객들을 반긴다.
올해는 특히 화담숲 16개 테마원의 숨은 이야기를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도슨트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모바일 앱을 켜고 산책로를 걸으며 저마다의 차별화된 매력을 지닌 16개 테마원의 특징에 대한 설명을 보거나 이어폰을 준비해 오면 테마원에 대한 자세한 해설 서비스를 들으며 우리나라의 꽃과 나무들의 생태 이야기를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양 그룹이 정원 문화를 강화하고 나선 것은 시민들이 코로나 팬데믹 등을 겪으면서 정원 문화와 자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서울시 소속의 한 정원 전문가는 "각박한 세상을 피해 자연과 함께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대기업에서 정원 문화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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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