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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철이보다 제가 울고싶은데" 작년 우승팀 힘들다, 왜 이렇게 안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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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잠깐일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회복이 더디다. 지난해 우승팀 KIA 타이거즈가 침체된 분위기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KIA는 최근 2연패에 빠졌다. 이번 주중 부산 원정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2승을 먼저 거둔 후 마지막 1경기를 내줬고, 11일 광주 홈에서 SSG 랜더스에 3대9 완패를 당했다.

팀 성적은 9위로 다시 처졌다. 1위 LG 트윈스와는 벌써 7.5경기 차. 아직 16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사실 초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면 쫓아가는 것도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여러 면에서 계획대로 참 안풀린다. 지난해 완벽한 팀워크와 분위기로 정규 시즌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통합 우승'에 성공했던 KIA는 올해도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절대 1강'으로 꼽힐 정도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분위기는 정반대다. 오히려 LG가 '절대 1강'의 기세고, KIA는 투타에서 힘이 완전히 풀린 모습이다.

지난해 MVP 김도영이 개막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것이 충격적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도영 단 한명 때문에 지금 팀 전체가 침체됐다고는 설명할 수 없다. 작년 KIA는 그렇게 부상 선수가 많은데도, 흐름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LG, 삼성 같은 강적들을 만날 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곤 했다. 반면 올해 KIA는 지난 주말 LG와의 원정 3연전 중 1경기가 우천 취소된게 오히려 다행인 상황이었다.

외국인 투수들은 준수한데, 큰 기대를 걸었던 올러도 아직 압도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선발 중에는 양현종과 윤영철이 부진한데, 초반 동반 부진했던 불펜진은 이제 마무리 정해영을 중심으로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이다.

타선도 엇박자가 자꾸 난다. 위즈덤은 홈런 5개를 쳤지만, 2할 초반 타율에 고전하고 최근 7경기에서는 홈런이 없다. 최고의 교타자 김선빈마저 부상으로 빠지고, 최형우를 빼면 3할 타자가 거의 전무한 수준이라 더욱 고민이 깊어진다.

이범호 감독은 11일 SSG전에서는 언더핸드 박종훈을 상대해 좌타자를 무려 7명이나 배치하고, 서건창을 1번타자로 내는 등 대대적 라인업 변화를 주기도 했다. 상대 선발 투수를 감안한 결단이긴 하지만, 지금 1승에 대한 간절함과 고민이 얼마나 큰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주말 광주 3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범호 감독은 고민이 깊은 얼굴이었다. 그는 최근 부진한 윤영철에 대해 "구위나 스피드는 작년과 크게 차이나지 않다. 피로골절 이후 6~7개월 쉬고 다시 선발로 찾아가는 시기인 것 같다"고 감쌌다.

롯데전 부진 후 더그아웃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였던 윤영철에 대해서는 "감정적인 모습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프로 선수로서 분한 마음은 혼자 삭힐 줄도 알아야 한다. 그 경기가 성장하는데 큰 힘이 될 것 같다. 누구나 잘 안되면 울고싶다"면서 "사실 영철이보다 제가 더 울고싶다. 지금 제 마음을 알아주는 건가 싶었다"는 농담으로 내면의 고통을 승화했다.

선수들과의 소통과 부드러운 카리스마 그리고 베테랑들이 '엄격할땐 엄격하게, 편할땐 편하게' 후배들을 이끌면서 일궜던 12번째 우승이었다. 특히 이범호 감독은 사령탑 데뷔 시즌에 우승이라는 대업을 일궜었다. 그렇기 때문에 2년차 초반 부진이 더욱 힘겹다.

11일 SSG전때는 이례적으로 경기 도중 코치들이 선수단 미팅을 소집해, 선수들에게 다시 집중력과 분위기 상승을 주문하는 모습이 있었다.

김도영과 김선빈이 복귀를 준비하고 있고, 다행히 불펜 투수들도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아직 120경기가 넘게 남아있는만큼 만회의 기회는 충분히 있다.

광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