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가진 구위를 10분의 1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두산 베어스 5선발 김유성(23)이 시험에 들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유성이 자신과의 싸움을 먼저 극복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유성은 12일 잠실에서 열린 '2025 KBO리그'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 4회도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다. 김유성은 3⅔이닝 2실점으로 물러났다. 팀이 0대4로 지면서 패전을 떠안았다. 김유성은 시즌 4경기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9.90을 마크하게 됐다. 김유성은 스프링캠프에서 154km까지 던지면서 이승엽 감독의 신임을 얻었지만 다시 과제가 생겼다.
'볼'이 화근이었다. 김유성이 이날 준 볼넷은 3개. 1회말은 오히려 볼넷 2개를 주고도 잘 버텼다. 4회가 아쉬웠다.
김유성은 0-0으로 맞선 4회말 1사 1루에서 문보경을 상대했다. 스트라이크 2개를 먼저 잡아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다. 2스트라이크 1볼에서 던진 5구째 유인구에 문보경이 속지 않았다. 체크스윙 장면에서 방망이가 돌지 않았다고 판정을 받았다.
이후 김유성은 볼 2개를 던져 위기를 자초했다. 볼넷으로 주자가 쌓였다.
김유성은 오지환과 승부에서도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고 마무리를 못 지었다. 2스트라이크 2볼까지 끌려가서 적시타를 내주고 말았다.
김유성은 박동원의 옆구리를 맞히면서 안정을 되찾지 못했다.
베이스가 꽉 들어차자 두산 벤치는 4회에 1점차였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김유성은 사실 제구력이 들쑥날쑥했던 투수가 맞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소화한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통해 이 약점을 상당 부분 개선했다고 평가를 받았다.
5선발 자리를 두고 최원준과 마지막까지 경합했다.
이승엽 감독은 시즌 초반이라서 강속구 투수가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원준에게 양해를 구하면서까지 김유성을 선발투수로 기용했다.
김유성은 정작 정규시즌에 돌입하자 다시 볼이 많아지고 있다.
김유성은 오히려 첫 등판이었던 3월 27일 KT전에 제일 잘 던졌다. 당시 5이닝 4실점 패전을 기록하긴 했지만 볼넷은 1개 뿐이었다. 삼진을 7개나 빼앗았으며 5선발로 5이닝을 끌어준 점 자체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
등판 간격이 멀어지면서 실전 감각 유지 차원에서 구원 등판했던 3일 키움전이 시즌 두 번째 출격이었다. 이날 김유성은 두 타자 상대해 모두 볼넷을 줬다. 6일 롯데전도 1⅓이닝 3볼넷 5실점 부진했다.
이승엽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유성 선수는 항상 말씀드리지만 스트라이크존에 던지는 비율만 높아진다면 아주 훌륭한 투수가 될 수 있다. 본인이 상대와 싸우기 전에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자꾸 지니까 상대와 승부도 못 해보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그게 포인트일 것 같다"고 짚었다.
결국 자신감이다. 이승엽 감독은 "얼마나 본인의 공을 마운드에서 주눅 들지 않고 던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던져보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가진 구위를 10분의 1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가능성 만큼은 이미 충분히 증명했다. 이승엽 감독은 "우리도 유성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 잠재력이 굉장히 풍부한 선수다"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잠실=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