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은 그 농장을 '감옥'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2일 전남 영암에서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 A(28)씨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그의 죽음을 추적해 온 시민단체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고발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몸에서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그가 일했던 돼지축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일어난 정황이 드러났다.
13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경찰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영암 한 돼지축사에서 근무하던 A씨와 동료들은 작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농장주 B씨로부터 계속 괴롭힘을 당해왔다.
출근 시간이 되기도 전 오전 6시 30분부터 약 30분간 정자세로 팔을 앞으로 뻗은 채 기합을 받으며 훈계를 들어야 했고, 업무 중 작은 실수를 저지르는 날에는 퇴근 후에도 2~3시간씩 폭언을 듣기도 했다.
또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지 않았다",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등 온갖 이유로 멱살을 잡히거나 볼펜으로 가슴을 찔리는 등 연일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
농장주 마음에 들지 않거나 실수를 하는 날에는 임금이 깎인 새 근로계약서에 강제로 서명해야 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이러한 이유로 정신적 고통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난 8일 B씨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관계자는 "안타깝게 사망한 A씨를 비롯해 지역에서 부당하게 착취당하는 이주노동자 사례는 무수히 많다"며 "해마다 한국을 찾는 이주노동자들이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나 대책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취업 비자(계절근로·비전문취업·선원취업·관광취업·방문취업)로 한국에 입국해 광주·전남에서 활동하는 이주노동자 수는 2021년 2만659명명, 2022년 2만5천675명, 2023년 3만2천89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노동단체는 미등록 외국인까지 포함해 약 10만명의 이주노동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겪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광산구가 발표한 외국인 주민 인권 증진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응답자의 72.5%가 한국인으로부터 무시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위협을 당한 경험은 37.6%, 폭언 또는 폭행당한 경험도 35%로 조사됐다.
실제 지난해 3월에는 광산구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불법체류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갈취한 20대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지자체는 이번 사망사건을 계기로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예방 대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도 관계자는 "현재 이주노동자 대상 인권교육을 고용주까지 확대하고,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할 시 즉각 가·피해자를 분리할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며 "이주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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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