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충격적인 혹평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은 토트넘 잔류에 더욱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재계약 협상 가능성을 인정했다.
영국의 풋볼런던은 12일(한국시각) '포스테코글루는 토트넘 주장 손흥민의 계약 상황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달했다'라고 보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오는 13일 영국 울버햄튼의 몰리뉴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울버햄튼과의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2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포스테코글루는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계약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구체적인 협상 상황까지는 아니었지만, 이에 대한 약간의 암시를 남겨 팬들을 기대케 했다.
포스테코글루는 손흥민 계약 질문에 "우리는 1년 연장 조항을 발동했다. 그 외에는 나도 모른다. 모든 문제 해결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다. 손흥민과 재계약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지금은 그 문제를 고려할 때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연말에는 우리 팀 상황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시점이 있을 것이다. 내가 있다면 말이다. 내년, 그 이후를 생각할 것이며, 손흥민도 그 논의에 참여할 것이다"라며 손흥민이 다음 시즌과 그 다음 시즌의 상황까지도 고려하는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면 재계약 협상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앞서 손흥민은 지난 1월 토트넘의 1년 연장 옵션 발동으로 2026년 여름까지 계약을 늘렸다. 만약 손흥민이 재계약을 체결하게 된다면 최소 2년이 보장될 가능성이 크며, 2028년까지 토트넘 소속으로 활약할 수 있을 전망이다. 토트넘에서만 13년을 헌신하게 된다면 토트넘 레전드로 평가받는 것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이미 토트넘 역대 도움 순위 1위이며, 토트넘 통산 451경기 173골을 기록 중인 점을 고려하면 토트넘에서의 은퇴는 더욱 뜻깊을 수밖에 없다.
또한 포스테코글루가 밝힌 재계약 협상 진행 소식은 최근 혹평이 쏟아지고 있는 손흥민에게는 희망과도 같은 소식이다. 손흥민은 최근 부진과 함께 다양한 영국 언론으로부터 지나친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의 BBC는 11일 '손흥민은 더 이상 토트넘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아닌 것 같다'라며 '얼마 전까지 결승골을 노리는 상황에서 공격수 손흥민을 교체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전에서 그는 교체됐다. 그는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에 감독의 결정은 전적으로 정당했다. 손흥민은 예전만큼 날카롭지 않아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어 '손흥민이 토트넘의 레전드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영향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으며, 그의 속도도 그에 못지 않게 떨어지고 있다. 이제 손흥민은 더 이상 토트넘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아닌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비판의 기폭제가 됐던 경기는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경기였다. 당시 손흥민은 후반 11분 페널티박스 좌측에서 강력한 중거리 슛을 시도하기 전까지 활약이 거의 없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침묵과 함께 균형을 깨지 못하고 무승부에 그쳤다. 손흥민은 79분을 소화하며 패스 성공률 86%, 키패스 2회, 유효 슈팅 1회, 드리블 성공률 0%, 크로스 성공률 33%, 턴오버 12회를 기록했다.
경기 후 손흥민을 향한 혹평이 쏟아졌다. 글로벌 축구 매체 골닷컴은 손흥민에게 참혹한 평가를 내렸다. 골닷컴은 팀 내 최하인 평점 4점과 함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 경기를 다시 시작한다면, 손흥민에게 드리블을 못 하도록 지시했을 것이다. 공을 너무 쉽게 빼앗겼고, 결정적인 순간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못했다'라고 혹평했다.
영국의 토트넘홋스퍼뉴스는 '실망스러운 경기였다'라며 최하 평점인 3점을 부여했고, 영국의 기브미스포츠는 '손흥민은 또다시 골을 넣지 못하며, 최고의 컨디션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라며 평점 5점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미 이날 경기 이전에도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하라는 영국 현지 언론의 의견이 화제를 모았었다. 영국의 풋볼팬캐스트는 '손흥민을 선발에서 퇴출해야 한다'라며 '토트넘의 시즌은 프랑크푸르트와의 경기에 달렸다. 프랑크푸르트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다. 가혹할 수는 있지만,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 이런 경기에서 그의 능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풀백을 제치는 능력이 눈에 띄게 떨여졌고, 최근 리그 10경기 1골에 그쳤다. 태클에서도 리그 내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어 중 하위 44%다. 그는 예전만큼 빠르고 역동적인 윙어가 아니다. 올 시즌 반드시 이겨야 하는 유럽 토너먼트 경기에서 바라는 유형의 윙어가 아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영국 유력지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이 손흥민을 내보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은 손흥민 방출을 검토할 때다'라며 '토트넘에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온 그의 헌신을 생각하면, 이런 어려운 질문이 잔혹하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다. 그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폭발력, 결정력은 현재 찾아볼 수 없다. 지난 17경기에서 단 한 골만 넣었다. 1월 15일 이후 리그에서 오픈플레이 상황에서 골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손흥민은 이미 올 시즌 꾸준히 비판의 대상으로 오르며, 여러 차례 방출 가능성이 거론된 바 있다. 토트넘도 손흥민의 기량에 의구심을 표하며, 기존에 예정됐던 장기 재계약 계획을 철회하고, 지난 1월 1년 연장 옵션 발동에 그쳤다. 상황에 따라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손흥민을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기에, 토트넘에 10년을 헌신하며 이미 레전드 반열로 평가받는 손흥민으로서는 지금의 평가와 구단의 태도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재계약 협상 소식으로 인해 손흥민은 다시 한번 토트넘에 잔류하여 토트넘 레전드로 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토트넘에 강한 애정을 보인 손흥민이기에 선수 생활을 토트넘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면 재계약에 더욱 적극적일 가능성도 있다.
포스테코글루의 발언으로 손흥민의 재계약을 기대하던 팬들이 미소를 짓게 됐다. 올 시즌 조금이라도 반등하여 활약을 이어간다면 다가오는 재계약 협상에서 손흥민도 만족스러운 계약 체결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