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6점차 리드, 5회 2아웃, 승리투수 요건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
하지만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기다리지 않았다. 추격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싹을 애초에 잘라냈다. 선발투수 최승용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아쉬울 법했지만 4연패 중인 팀 상황을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었다.
최승용은 13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했다. 최승용은 이날 2회말 종아리에 타구까지 맞으면서 열심히 던졌지만 끝내 웃지 못했다.
최승용은 화끈한 타선 지원을 입고 순항했다. 두산이 4회까지 무려 7점을 뽑아줬다. 최승용도 4회까지 1실점으로 버티면서 '승리투수'를 눈앞에 뒀다.
두산이 7-1로 앞선 5회말, 갑자기 분위기가 묘해졌다. 최승용이 흔들렸다.
최승용은 1사 후 신민재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신민재가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잡혀서 2사에 주자가 사라졌다.
최승용은 이닝을 스스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문보경에게 또 볼넷을 줬다. 2사 1루에서 김현수와의 승부도 어려움을 겪었다. 다시 볼넷.
2사 1, 2루에 주자가 쌓이자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해 흐름을 끊었다.
최승용은 침착함을 되찾지 못했다. 이주헌에게 또 볼넷을 허용했다.
주자 만루가 됐다.
다시 투수코치가 더그아웃에서 나왔다. 3루 파울라인을 넘어서 들어오면 투수 교체를 의미한다.
최승용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다.
두산은 최승용의 승리를 챙겨줄 형편이 되지 못했다.
이승엽 감독은 눈을 질끈 감고 투수를 박치국으로 바꿨다.
6점 리드는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다. 만에 하나 만루 홈런이라도 맞는다면 7-5로 쫓긴다.
박치국은 첫 상대 문정빈에게 몸에 맞는 공을 주면서 밀어내기로 1점을 허용했다. 다음 타자 송찬의에게 삼진을 빼앗아내며 임무를 완수했다.
잠실=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