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신민아(41)의 악역 볼 수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악연'은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다. '오늘의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부문 1위,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5위에 올랐다. 신민아는 극중 평생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외과 의사 주연으로 분해 새로운 얼굴을 완성했다. 신민아는 기존의 익숙한 이미지를 버리고 생기 없는 주연의 얼굴과 건조한 눈빛으로 캐릭터의 특징을 정확하게 짚어내며 극의 한 축으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신민아는 "작품에 대한 기대치도 높았고 궁금해하신 분들도 많았던 것 같다. '순식간에 다 봤다'는 반응도 있었다. 오픈한 지 얼마 안됐는데 보고 연락 주시는 사람들이 많아서 기분이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악연'은 악인들의 연결고리로 완성되는 작품. 그러나 극중 신민아는 악역이 아닌 마지막까지 선함을 지켜야 하는 캐릭터로 등장했고, 이 때문에 폭발적인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내적인 심리상태를 더욱 디테일하게 표현해내야 했다. 신민아는 "대본 특성상 다른 인물들은 지금 벌어지는 일에 대한 감정 표현들이 많은데, 주연이는 아무래도 과거의 트라우마를 지금 상황에서 맞닥뜨려서 그 감정을 안으로 고민하는 캐릭터라 다른 캐릭터들과는 달랐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도 뒷 부분의 주연과 드라마 엔딩까지 고민을 많이 하시고 버전도 많이 뽑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주연이가 피해자이기에 똑같은 방식의 에너지가 아닌, 조금 다르면 좋겠다고 하셨고 앞에 인물들과 다른 결이라 저도 고민이 있었지만, 감독님과 만든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민아는 "저는 현장에서 박해수 씨, 김남길 씨와 함께 연기했는데 현장에서 찍을 때 많은 배려를 받았다. 목격남(박해수) 같은 경우는 전체 화상 분장을 하고 있잖나. 보이는 이미지만으로도 끔찍하고 무서운 에너지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두 인물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세고 악한 힘이 있잖나. 그런 것들이 현장에서 느껴졌던 것 같다. 감독님뿐만 아니라 '악연'이라는 현장의 분위기가 다른 현장과 다르게 집중되어 있고, 약간 차가운 느낌인데 사람들은 굉장히 에너지가 있는 묘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민아는 "대본을 받았을 때 주연이는 뒤에 나오잖나. 신선했다. 이름도 모르겠고 '누가 주인공이지?' 싶기도 했다. 그때는 캐스팅 전이었으니까. '누가 주인공이지?' 하면 또 다른 인물이 나오고 그러더라. 뒤가 궁금하고 예측이 안 됐었다. 내 캐릭터가 아직 안 나왔는데도 웬만하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소설을 읽듯이 보게 되는 집중력도 있었다. 그러고 주연이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는 '어렵다. 연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냥 오락성에 꽂히는 드라마가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었고 참여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민아는 "이 정도로 적은 분량은 오랜만이지 않냐"는 질문에 웃으며 "좋은 면도 있고 각자 대본에서 역할이 나눠지니 거기에 따른 부담감도 있지만 부담이 덜어지는 부분도 있던 것 같다. 워낙 요즘은 주인공이라 해서 두 인물을 따라가거나 그런 작품이 많이 없다. 저도 이렇게 많은 배우들이 주인공이 돼서 함께하는 작품은 많이 못 해봤는데, 추세가 그런 쪽으로 가고 있어서 오히려 이렇게 홍보할 때는 힘이 되는 것 같다. 너무 훌륭한 배우들이 같은 마음으로 기다린다는 것, 그게 너무 좋더라"고 답했다.악인들이 대거 등장한 대본 덕에 '악역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신민아는 "이 역할 전에도 악역을 해보고 싶었다. '악연'의 대본을 받자마자 '나도 악한 사람인가'를 먼저 보기도 했다. 언젠가는 '악연'에 나왔던 인물처럼 악한 캐릭터를 배우로서 연기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악연'에서 제일 많이 모습을 보여줬던 목격남(박해수) 같은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또 유정(공승연)도 매력이 있는데 그런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대본을 받고는 '여기서도 선한 캐릭터구나' 싶은 생각과 동시에 감독님도 원하는 이미지가 있고, 원하는 연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1998년 잡지로 데뷔했고, 벌써 28년차 배우다. 신민아는 "방향에 대한 고민을 최근 몇년까지도 했었다. 지금 배우로서 나는 어떤 위치, 어떤 포지션인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제가 생각한대로 가지는 않는 것 같다. 제가 생각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저희도 제안을 해주시는 작품 안에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거잖나. 다만, 생각이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지만, 그냥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