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연구팀 "정상 면역세포 손상 없어…임상 1/2a상 승인"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항암치료를 방해하는 세포만 골라 제거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를 개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경희대 배현수·강성호 교수 연구팀이 암세포 성장을 돕는 M2 대식세포만 골라 선택적으로 사멸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 치료제인 펩타이드(아미노산 중합체)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면역항암제는 1세대 화학 항암제나 2세대 표적항암제와 달리 암세포나 암 관련 유전자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 치료제이다.
특정 혈액암에 뛰어난 효능을 보여 '꿈의 항암제'라고도 불리지만, 폐암 등 고형암에는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다.
고형암 주위에 종양미세환경(암세포가 증식하는 환경)이 발달해 약물 침투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종양미세환경 내 M2 대식세포는 종양 성장을 촉진해 암의 진행을 유도하는 핵심 인자로 알려져 있지만, M2 대식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표적 단백질이 밝혀지지 않아 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지 않으면서 종양 크기를 줄여주는 자연계의 독성분 물질인 '활성형 CD18 단백질'이 M2 대식세포를 표적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CD18 단백질은 세포 접착과 신호 전달, 면역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활성형 CD18 단백질의 독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분자 구조를 재설계한 펩타이드 신약 후보 물질 'TB511'을 개발, 종양 내 M2 대식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함을 확인했다.
동물모델에 투여한 결과, 대장암·폐암·췌장암 등 고형암에서 종양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면역세포를 손상시키지 않아 정밀 면역항암제로서의 가능성도 입증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2a상(임상1상과 2상의 2a상을 결합한 형태로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임상연구) 승인을 얻어 올해부터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배현수 교수는 "범용 면역항암제 개발과 정밀 면역치료 기술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암면역치료학술지'(Journal for ImmunoTherapy of Cancer) 이달 호에 실렸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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