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같을 확률 사실상 '0'…"고유 식별 중요한 미래기술에 적용"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사람의 지문보다도 더 고유한 인공 지문을 손가락 전자 피부에도 새길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심교승 교수팀은 유연 고분자(SEBS) 전자 피부에 무작위 주름 패턴을 쉽게 새길 수 있는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심 교수팀에 따르면 전자 피부는 감각을 느끼는 센서 등을 내장해야 하고, 피부의 유연함을 구현해야 하므로 딱딱한 무기물 대신 유연한 유기물이 적합하다.
특히 손가락 전자 피부는 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해 전자 피부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지문처럼 고유 패턴까지 갖춘 피부를 만들어내기 힘들었다.
연구진은 유연 고분자를 화학 처리해 피부를 1차로 제작한 뒤, 여기에 톨루엔 용매를 떨어뜨리고 고속 회전시키는 방법으로 피부 표면에 무작위 주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톨루엔 용매로 부풀었던 피부 표면이 용매가 증발하면서 쪼글쪼글하게 수축하는 원리다.
이 인공 지문이 똑같은 모양으로 다시 생성될 확률은 1㎟를 기준으로 10의 43제곱분의 1에 불과하다. 사람 지문이 같을 확률은 640억분의 1이다.
이를 사람 지문 크기로 확장하면 같은 패턴이 생길 확률은 사실상 0에 수렴해 복제가 불가능하다.
생성된 지문은 물리적 충격, 열, 습도에 강해 형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개발된 전자 피부를 로봇 손에 이식하면 사람처럼 사물을 잡고, 표면의 질감을 인식하거나 살아 있는 생명체를 구분하는 일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온도 센서가 내장된 전자 피부를 부착한 로봇이 뜨거운 물체가 가까이 오면 피하는 물리적 상호작용도 시연했다.
심교승 교수는 "간단한 공정을 활용하면서도 동일한 패턴이 생성될 확률이 실제 지문보다도 낮아 개인용 전자 피부, 전주기 관리형 소프트 로봇, 차세대 휴먼 기계 인터페이스 등 보안과 고유 식별이 중요한 미래 기술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5일 출간된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연구는 UNIST 기초과학연구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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