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가 국가대표 바꿔치기 의혹과 관련 대한탁구협회에 대한 기관 경고를 요청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고인은 대한OO협회가 경기력향상위원회(이하 경향위)를 통해 여자선수 A를 국가대표로 추천했으나, 경기력향상위원장(이하'피신고인')이 위원회 종료 후 절차를 무시하고 A 대신 B로 선수를 바꾼 조치는 선수와 지도자, 그리고 팀의 권익이 침해 받은 명백한 비리라고 주장했다'며 조사 착수한 배경을 밝혔다. 이어 '피신고인은 경향위에서는 평가자료 등을 두고 논의했고 최종적으로 A를 국가대표로 추천키로 한 것은 사실이나, 국제 랭킹 및 선발전 성적, 사회적 이슈를 고려해 각 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B로 바꾸는 것에 동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보도자료는 체육단체를 '익명'으로 다뤘지만 이미 해당 내용은 지난해 대한탁구협회장 선거, 올해 대한체육회장 선거 과정에서 유승민 회장 당선을 저지하던 상대 후보들에 의해 수차례 제기된 적 있는 '대한탁구협회' 관련 이야기다. 유승민 회장은 후보 시절이던 당시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의혹을 적극 해명, 반박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고, 이날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센터 심의위원회는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제8조제1항에 따라 경향위에서 A선수가 추천됐으나 회의 후 피신고인이 협회장으로부터 B 성적이 A보다 앞서는데 그 부분을 어떻게 설명하겠냐는 이야기를 들은 후 추천선수를 B로 변경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피신고인이 경향위를 다시 열거나 재심의한 사실은 없었으며 A에서 B로 선수를 바꾸고 나서 이를 문서화하거나 다른 위원의 동의를 받았다고 볼 수 있는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같은 경향위에서 추천된 남자 국가대표의 경우 선발전 순위가 더 낮은 선수가 추천됐기에 이중 잣대로 선수를 선발한 것과 다름 없다고 봤다. 이후 협회 이사회가 바뀐 B를 여자 국가대표로 선발하는 것을 의결했고 이틀 뒤 선발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센터 심의위원회는 여자국가대표 A를 B로 바꾼 내용은 정당성이 인정되지만 선수 변경 사유가 발생하면 다시 경향위를 개최해야 함에도,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기에 이는 해당 협회 스포츠공정위 규정 제25조제1항제1호 권한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징계 요구' 사항으로 봤다. 그러나 2021년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 당시 행위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나 신고가 접수된 사안으로 징계시효가 끝난 상황.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제8조 등 관련 규정 및 절차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해당 협회에 대한 기관 경고를 결정했다.
스포츠윤리센터 측은 "국가대표 선수선발 비리는 승부조작에 버금가는 중대한 비리다. 향후 센터에서는 중대한 비리에 대해서는 징계 여부 판단에 그치지 않고 형벌에도 저촉하는지 살펴볼 것"이라면서 "형벌을 위반한 것이 확인되면 수사 의뢰 등 적극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비리 행위가 발견된 즉시 신고를 못한 피해자들의 사정을 고려해 센터에서는 억울한 선수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올바른 스포츠 환경을 조성하고 선수를 보호할 수 있도록 공정하게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회장 선거를 하루 앞둔 1월 13일, 경쟁 후보들의 관련 의혹 제기에 맞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선수 바꿔치기' 의혹을 적극 해명했었다. 유 회장은 "'선수 바꿔치기'라는 말 자체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저는 IOC선수위원으로 우리 선수들과 관련된 일이라면 가장 먼저 목소리를 냈다.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사명감으로 목소리를 냈다"고 항변했다. 유 후보는 도쿄올림픽 당시 자료를 제시하면서 "당시 배드민턴협회 대표 선발 관련 청원이 있었고 추천이 아닌 순위 선발을 권고했다. 도쿄올림픽은 코로나로 대표 선발이 다시 이뤄진 상황이라 추천 1명을 두기로 했는데 최대한 공정하게 하기로 하고 추천위원회를 따로 뒀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여러분이 보시기에 최종순위 2위와 3위, 추천위원회 순위 1위와 2위, 세계랭킹 64위와 106위 선수중 누가 추천되는게 맞나"고 반문한 후 "경기력향상위원회 결과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과 다른 선수가 올라왔고, 경향위원장에게 물었더니 여자국가대표 감독이 이 선수를 원했고. 경향위 회의 분위기는 팽팽했다고 하더라. '누가 봐도, 국민들이 봐도 납득할 만한 결과가 아니다. 불공정하다'는 지적과 함께 재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재고해달라고 한 것이 회장의 권한 남용인가"라고 반문했다. "정관상 경향위가 대표를 추천, 선발하면 최종 결정은 협회장이 한다고 돼 있다. 만약 정관 안에 있는 협회장의 이 권리를 활용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큰 이슈가 되는 결과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회장은 후배이자 제자인 두 선수에게 미안함을 전하면서 "선수 모두 제겐 감사한 선수들이다. 두 선수 모두 현역 선수들이다. 저와 관계도 좋은 선수들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아무 말 안하고 네거티브 공세를 참아왔다. 그런데 '선수 바꿔치기'라니, 이 단어만큼은 쓰면 안된다"면서 "저는 네거티브는 하지 않지만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시켜 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