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3홈런-7타점-5득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생애 처음 방문한 양키스타디움에서 3일 동안 터뜨린 성적이다. 12~14일(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양키스의 3연전은 '정후 시리즈'였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그렇게 칭했다.
멜빈 감독은 3연전 마지막 날인 14일 이정후의 추격 솔로포와 역전 3점포에 힘입어 5대4로 승리한 뒤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이곳 양키스타디움은 완전히 정후를 위한 시리즈였다. 정말 놀랍다"며 "많은 투수들이 그가 상대한 적이 없는데, 맞히는 기술(bat-to-ball skills)이 위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투수가 누구든 공략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을 정확하게 보고 배트 중심에 정타로 맞힌다. 그래서 이런 결과들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이정후의 컨택트 히팅을 극찬한 것이다.
첫 홈런은 0-3으로 뒤진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터졌다. 양키스가 자랑하는 좌완 에이스 카를로스 로돈을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6구째 한복판으로 날아드는 85.5마일 슬라이더를 끌어당겨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타구속도 103.2마일로 날아간 타구는 양키스타디움 우중간 외야석 비거리 406피트 지점인 출입구 통로에 떨어졌다. 스탯캐스트는 이 타구는 29개 구장에서 홈런이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단 한 곳, 바로 샌프란시스코의 홈인 오라클파크에서는 담장을 넘지 않는다는 게 흥미롭다.
이정후는 경기 후 "로돈은 좋은 공을 갖고 있어 오늘 게임 플랜을 세울 때 모든 공을 잡아당겨서는 안된다고 마음 먹었다. 중견수 방향으로 치고자 했다. 결과가 좋았다"고 했다.
이어 다음 타석에서는 역전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1사 1,2루에서 로돈의 5구째 가운데 높은 코스로 날아드는 81.7마일 커브를 끌어당겨 우측 담장을 살짝 넘겼다. 발사각 25도, 타구속도 94.5마일, 비거리 363피트였다. 로돈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 2홈런을 친 좌타자는 이정후가 처음이다.
샌프란시스코는 7회초 2루타로 나간 케이시 슈미트가 상대 1루수 폴 골드슈미트의 실책으로 홈을 밟아 5-3으로 달아난 뒤 8회말 타일러 로저스가 재즈 치좀 주니어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지만, 9회말 라이언 워커가 세 타자를 가볍게 잠재우고 한 점차 승리를 지켰다.
이정후는 "내가 지금 하는 야구는 자이언츠에 보답하기 위한 것이다. 재활을 하는 내내 구단은 날 너무 많이 도와주고 여러 모로 지원해 줬다. 나를 경기장으로 안내했다. 오프시즌 재활 기간 동안 구단은 위대했다. 이 모든 것은 구단에 보답하기 위한 것"이라고 소감을 나타냈다.
이정후가 작년 5월 어깨를 다쳐 수술을 받은 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시즌이 끝나고 이정후가 귀국했을 때 트레이너를 한국에 파견해 구단 차원의 관리 시스템으로 재활에 도움을 줬다. 이 대목에서 구단에 고마움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의 역전 홈런 덕분에 승리투수가 된 샌프란시스코 선발 로간 웹은 "그는 (관심이 집중되는)스포트라이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가 계속 발전하고 더 좋아지는 걸 보니 너무 기쁘다. 더 보여줄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웹은 5이닝 5안타 4볼넷 3실점으로 고전하면서도 시즌 2승째를 거뒀다.
양키스 포수 JC 에스카라는 "그는 방망이를 아주 잘 돌리더라. 오늘 그에게 커브는 안 던지고 싱커와 직구를 구사하다가 (6회 타석)투스트라이크에서 (커브를 던져)헛스윙을 유도해 삼진을 잡고 싶었다"며 6회 역전 3점포를 내줄 때 커브를 결정구로 요구했음을 시인했다. 로돈의 커브는 가운데 높은 코스로 떨어지는 실투가 돼 이정후의 방망이에 제대로 걸려들었다. 로돈은 타구가 맞아나가자 진한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궜다.
이로써 이정후는 시즌 14경기에서 타율 0.352(54타수 19안타), 3홈런, 11타점, 16득점, 7볼넷, 8삼진, 출루율 0.426, 장타율 0.704, OPS 1.130, 12장타, 38루타를 마크했다. 양 리그를 합쳐 장타율과 OPS는 공교롭게도 이날 상대한 양키스 거포 애런 저지(장타율 0.750, OPS 1.228)에 이어 각각 2위다. 이날 홈런 2개는 모두 저지의 머리 위를 날아갔다.
NL에서는 장탕율과 OPS 모두 1위이며, 타율 2위, 출루율 7위, 득점 3위, 타점 공동 15위, 안타 공동 7위다. 이정후는 이 주의 선수, 나아가 4월의 NL 선수가 유력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