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배우 박병은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를 통해 오랜만에 선역에 도전하며 진한 여운과 함께 깊은 배움의 시간을 전했다.
박병은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하이퍼나이프' 종영 소감을 전했다.
박병은은 극 중 정세옥(박은빈 분)의 그림자 같은 존재이자 유일하게 끝까지 그녀 곁을 지킨 마취과 의사 한현호를 연기했다. 불법 수술을 묵인하고 도우면서도 때로는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며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로 활약한 그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기뻤고 연기적으로도 큰 공부가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설경구 선배님과 박은빈 배우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며 "제가 출연하지 않은 회차도 궁금해 챙겨봤는데 감정이나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놀랄 일이 많았다. 배우로서 많은 걸 배운 작품이었다"고 전했다.
한현호는 '하이퍼나이프' 안에서도 유일하게 무해한 인물이다. 정세옥의 과거와 진실을 모른 채 그녀를 묵묵히 지켜보며 조력하는 인물. 박병은은 이를 "정말 순수하고 선한 인물이었다. 이렇게까지 선한 캐릭터는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이코패스나 악역은 외형이나 행동, 설정을 통해 캐릭터를 잡기 쉬운데 한현호는 오히려 감정과 내면에만 집중해야 했다. 표현도 어렵고 겉으로 드러나는 특징도 없다 보니 체크셔츠라는 특징 하나로 끝까지 가야 했다"며 "외적인 장치가 없는 만큼 연기로 설득력을 줘야 했다"고 털어놨다.
박병은은 연기하면서 참고했던 인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친절했던 의사 선생님, 지인 중에 따뜻했던 치과 의사 친구, 낚시터에서 만났던 착한 형들 등 현실의 따뜻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한현호를 그렸다"며 연기 노트를 기반으로 한 디테일한 접근 방식을 설명했다.
그는 "정세옥에게 한현호는 일종의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라며 "세옥은 다른 사람들에겐 분노를 표출하지만 현호에게만은 그러지 않는다. 그래서 왜일까 생각하다 '존경심'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다"고 밝혔다. "세옥은 범죄자지만 그 안에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진심이 있다고 믿는 현호라는 믿음이 바탕이 되어 끝까지 함께할 수 있었다"
선배 연기자인 설경구와의 촬영은 그에게 '행복한 시간'이었다. 박병은은 "설경구 선배님은 자기 관리의 정점에 있는 분"이라며 "매일 새벽 줄넘기로 부기를 빼고 촬영에 임하신다. 집중도와 연기의 밀도 모두 배울 점이 많았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특히 "촬영장에서 감정 표현이 필요할 때와 절제할 때의 완급 조절이 탁월했다"며 "많은 걸 느끼고 따라 하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병은은 이번 작품 이후 새롭게 루틴도 생겨났다고. "설경구 선배님을 따라 러닝을 시작했다. 촬영 전 30분 일찍 일어나 뛰고 샤워하고 현장에 가는 습관이 생겼다. 정신적으로도 배우로서도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은빈에 대해서는 "작은 거인 같다"고 표현했다. "현장에선 똑똑하고 집중력도 뛰어나다. 상황 대처 능력도 탁월했다. 연기적인 디테일뿐 아니라 스태프들과의 소통도 매끄러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작품에서 정말 행복하게 연기했다. 다시 선한 역할을 한다면 이번처럼 진정성 있게 해보고 싶다"며 "만약 시즌2가 나온다면 정세옥의 어두운 진실을 알게 된 한현호의 감정도 그려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한편 박병은이 출연한 '하이퍼나이프'는 박은빈과 함께한 강렬한 연기 시너지를 통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서도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다. 총 8부작으로 구성된 '하이퍼나이프'는 지난 9일 전편 공개됐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