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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나는 도전자입니다" 포옛 마음 훔친 36세 홍정호의 초심…제3의 전성기를 위한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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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홍정호! 홍정호!"

지난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제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8라운드 전반 36분, 제주 미드필더 이탈로가 찔러준 공간 패스가 전북 수비 뒷공간을 향했다. 공을 잡은 제주 공격수 유리 조나탄은 단숨에 페널티 박스 안까지 진입했다. 유리 조나탄이 공을 컨트롤한 뒤 오른발 슛을 시도하려는 찰나, 뒤따라오던 전북 수비수 홍정호가 이를 악문 채 몸을 던진 후 다리를 길게 뻗었다. 유리 조나탄의 슈팅 타이밍을 정확히 파악한 '예측 태클'로 슛을 막았다. 전북 선수들은 홍정호에게 달려와 '최고의 플레이'에 대한 찬사를 보냈고, 관중석에선 홍정호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유리 조나탄도 홍정호에게 다가와 엄지를 들었다.

홍정호는 "유리(조나탄)가 한 번 몸싸움할 것으로 생각해서 같이 힘으로 부딪혔다. 그 다음 상황에서 태클해야 (공이)걸릴 거라는 내 판단을 믿었는데, 운 좋게 잘 막은 것 같다. 이후 실점을 해 1대1로 비긴 건 아쉽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이 장면은 홍정호가 국가대표팀과 유럽 무대에서 뛰던 시절에 종종 보여주던 '스킬'이다. 최근 들어 전북의 주전 수비수 자리를 꿰찬 홍정호의 컨디션이 얼마나 올라왔는지를 엿볼 수 있다.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은 "지금과 같은 폼(경기력)을 보여준다면 홍정호를 중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개막 후 플랜에서 배제되었다가 팀이 흔들리던 지난달 안양과의 K리그1 6라운드에 처음 출전해 3경기 연속 선발로 뛴 홍정호는 "나는 살아남기 위해 감독에게 어필을 해야 하는 '경쟁자'다. 매 경기 간절하게 임한다. 훈련할 때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초심의 자세로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전북은 홍정호가 뒷문을 지킨 최근 3경기에서 단 1골만을 내주는 안정적인 수비력으로 승점 7점(2승1무)을 따며 반등에 성공했다.

전북은 전반 41분 유인수에게 선제 실점했다. 45분 가까이 0-1 스코어가 지속되던 후반 41분, 코너킥 상황에서 홍정호의 헤더 어시스트를 콤파뇨가 동점골로 연결하며 간신히 1대1로 비겼다. 홍정호는 "(이)승우가 코너킥을 짧게 올릴 것 같더라. 바로 헤딩슛으로 득점하려고 했지만, 잘못 맞고 어시스트가 됐다"라며 "연승이 끊긴 건 아쉽지만, 그래도 지고 있던 경기에서 비긴 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7번의 슈팅 끝에 득점한)콤파뇨가 '나 때문에 비겼다'고 미안해했는데, '너 때문에 비긴 것'이라고 말해줬다"라고 말했다.

36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주전 경쟁을 펼친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동년배들은 하나둘씩 은퇴를 하거나,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같은 1989년생인 구자철은 지난해를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홍정호는 "(구)자철이형이 선수생활을 더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론 씁쓸하지만, 함께한 추억을 잘 간직하려고 한다"라며 "나 역시 자철이형처럼 멋있게 퇴장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뒤에서 선수생활을 끝내는 것보다 앞에서 빛을 내면서 은퇴하고 싶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6년째 '전주성'을 누빈 홍정호는 "은퇴할 때 유니폼 색깔이 초록색이면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내가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