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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넘어 경복궁에 '꽂힌' 연출가 고선웅…"궁궐 주인은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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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복궁 흥례문 광장서 열리는 '2025 궁중문화축전' 개막제 맡아
"뒤숭숭했던 시국, 국민 의미 기억했으면"…9일간 체험·공연 등 다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옛날에는 궁궐의 주인이 왕이었지만, 지금은 다르죠. 국민이야말로 진정한 주인이자 '꽃'입니다."
서울시극단을 이끄는 고선웅 연출은 지난해 말 경복궁을 바라보며 떠올렸다.
2025년 봄 궁중문화축전 행사를 여는 개막제 감독을 제안받았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궁궐 안이 아니라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궁중의 관점에서 국민을 상징하는 '꽃'을 맞이하는 축제는 어떨까.
고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개막제 주제 '꽃이다!'에 대해 "궁궐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면 늘 '꽃', 국민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스타 연출가로 이름 높은 그가 궁궐에서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99년 희곡 '우울한 풍경 속의 여자'가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데뷔한 그는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칼로막베스',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 여러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서는 개·폐회식 총연출을 맡기도 했다.
고 감독은 "개막제 감독직을 제안받자마자 '하고 싶다'고 답했다"며 "그동안 궁궐에서 열린 다양한 행사와 공연을 영상으로 보면서 공부했다"고 말했다.

오랜 내공의 그에게도 궁궐 공연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실내 무대와 달리 경복궁과 같은 문화유산은 '하지 말아야 할' 제약도 많은 편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날씨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했다.
고 감독은 "궁궐을 배경으로 한 공연 연출은 꼭 해보고 싶었다"며 "부담도 있었지만, 패럴림픽 준비하면서 춥고, 눈도 맞고 하다 보니 맷집이 생긴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경복궁 흥례문 광장이라는 공간은 아무래도 고려할 부분이 많다. (지켜야 할 사항에) 궁궐 관람 시간까지 챙겨야 하니 매 순간 '작전'을 수행하듯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선웅 표' 축전 개막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꽃을 조명한다.
이달 25일 열리는 개막제는 국민이자 인류를 상징하는 꽃을 '기미'·'개화'·'만개'·'완상' 등 주제로 나눠 다양한 영상과 음악, 공연으로 보여준다.
고 감독은 "꽃은 그냥 보기만 해도 좋지 않냐"며 "개막식이 열리는 70분 동안 관객들이 꽃을 보면서 즐거워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핑크빛으로 물드는 바닥도 볼거리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고 감독은 뮤지컬 배우 김소현의 노래도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소현은 영화 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1928∼2020)가 작곡한 곡이자 대중에도 잘 알려진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를 공연 말미에 부를 예정이다.

그는 "노래 가사가 참 좋다. 환상 속에서 평화롭고 공정한 세상을 꿈꾸는 내용인데 국악관현악단의 연주와 더불어 경복궁에서 울려 퍼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나라가 뒤숭숭했잖아요. 왕, 혹은 위정자들이 자신들을 있게 만든 게 국민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국민이라는 꽃이 잘 피고 유지되어야죠." (웃음)
궁중문화축전은 개막제를 시작으로 26일부터 5월 4일까지 9일간 진행된다.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경희궁 등 서울의 5대 궁과 종묘 일대에서는 조선 왕실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전시·공연이 열린다.

어린이와 외국인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다음 달 2∼4일에 열리는 '어린이 궁중문화축전'에서는 조선시대에 있었던 숙수·의관·침선장·취타대 등 7개 직업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창덕궁에서는 프랑스 출신 방송인 파비앙이 외국인들에게 아침 고궁의 정취를 소개하며, 덕수궁에서는 대한제국 황실의 음식 문화와 역사를 영어로 소개하는 행사가 처음 열린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도 국적, 연령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궁능 유산의 아름다움을 누리고 즐길 수 있도록 참신하고 개성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것"이라고 밝혔다.

ye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