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사업방식 결정 앞두고 "한화오션 행정처분 검토"
부정당업자 지정시 사업참여 불가…'HD현대와 수의계약 염두에 뒀나'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방위사업청이 이달 말로 예상되는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사업방식 결정을 앞두고 한화오션에 대한 행정처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조선업계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과열 경쟁으로 KDDX 사업방식 결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제재 문제가 사업방식 결정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방사청 "한화오션 행정처분 검토"…부정당업자 지정시 사업참여 불가
조용진 방사청 대변인은 15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방사청이 한화오션에 대한 부정당업자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사실인지 묻자 "방사청은 KDDX 개념설계 보고서 관련 사항에 대해 행정처분 여부를 내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DDX 개념설계를 수행한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2013년 기본설계 제안서를 방사청에 제출할 때 개념설계 보고서에 포함된 도표 등 27건을 도용했고, 개념설계 보고서 원본을 방사청에 제출하지 않고 장기간 보관하고 있었던 것에 대한 행정처분으로 부정당업자 제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사안은 방사청의 조사 의뢰를 받은 국군방첩사령부가 최근 군사기밀보호법상 공소시효(10년) 만료 등을 이유로 '불입건' 결론을 내리고 방사청에 이런 사실을 통보한 바 있다.
그러나 방사청 관계자는 "방첩사가 조사 결과를 통보한 후 후속 조치로 행정처분 필요성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방첩사 조사와 방사청의 행정처분은 별개라는 의미다.
특히 제재 검토 시점이 미묘하다. 방사청은 오는 30일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에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함) 건조' 사업 방식을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방산업계 안팎에선 방사청의 '한화오션 제재 검토'가 HD현대중공업과의 수의계약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조 대변인은 'KDDX 사업 방식 결정을 앞둔 시기에 이런 검토를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에는 "KDDX 사업 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특정 업체의 제재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정당업자로 지정되면 일정 기간 방사청 발주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관련이 없다'는 방사청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만, 이달 말 방추위 전에 한화오션을 부정당업자로 지정하는 것은 관련 절차를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고, 설령 지정한다고 해도 한화오션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법적으로 대응하면서 혼란만 커질 소지도 있다.
◇ 7조8천억원 사업 KDDX…HD현대-한화오션 갈등으로 계속 지연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이지스구축함 사업이다. 총 6척을 건조할 계획으로 사업비는 7조8천억원에 달한다.
당초 2023년 12월 기본설계 완료 이후 지난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법적 분쟁과 과열 경쟁으로 사업이 1년 이상 지연됐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담당한 자사와 관행대로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관련 사고를 일으킨 HD현대중공업의 전력을 고려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방사청은 지난달 17일 사업분과위원회(이하 분과위)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관련 ▲ 수의계약 ▲ 경쟁입찰 ▲ 양사 공동개발 등 3가지 사업 방식을 놓고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후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상생협력 방안 마련을 위해 두 업체와 접촉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타협안 마련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은 자사와 수의계약을 전제로 한화오션이 협력업체로 상세설계 일부 영역에 참여하는 상생협력 방안을 제시했으나,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로 참여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고 두 업체가 대등한 입장에서 공동계약 후 공동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사청은 오는 24일 분과위를 열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추가로 논의한 뒤 오는 30일 방추위에 안건으로 상정해 사업 방식을 결정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hoju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