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순애보 관식이가 마약범 잡는 집요한 형사로 돌아왔다. '중년 아이돌'이 된 배우 박해준(49)이 다시 한번 파격 변신에 도전한다.
범죄 액션 영화 '야당'(황병국 감독, 하이브미디어코프 제작)에서 마약수사대 옥황상제 오상재를 연기한 박해준. 그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야당'의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털어놨다.
'야당'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과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3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임상춘 극본, 김원석 연출)에서 아내 오애순(문소리)만 바라보는 순애보 남편이자 딸 양금명(아이유), 아들 양은명(강유석)에게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는 아버지 양관식을 연기해 '관식이병' 신드롬을 일으킨 박해준의 차기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박해준은 '야당'에서 한번 물면 절대 놓치지 않는 집념으로 마약범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일명 옥황상제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로 변신, '폭싹 속았수다'와 전혀 다른 집요함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박해준은 "처음엔 황병국 감독을 '서울의 봄'(23, 김성수 감독) 촬영장에서 군복을 입고 만났다. 주변에서 황 감독을 향해 '감독'이라고 부르더라. 나도 작품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 배우라 '왜 다들 감독이라고 부르지?' 싶었다. 왜 감독이 배우를 하나 싶기도 했다"며 "황 감독이 말을 정말 재미있게 한다. 그 때 제작사였던 김원국 대표가 대본을 줬고 '서울의 봄' 당시 촬영감독, 조명감독도 지금 '야당'에 참여했는데 그 당시 '자기가 본 대본 중 가장 재미있다'고 추천하더라. 사실 연출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까 촬영감독을 좀 믿고 이 작품을 들어갔던 것 같다. 그렇게 추천하는 감독과 촬영감독이 같이 하면 영화가 훌륭하게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고 작품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그는 "소재 자체가 마약 브로커를 다뤘다. 직업군이라고 하긴 이상하지만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흥미로웠다. 또 영화 자체 캐릭터가 중반에서 변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도 재미있었고 연기할 때도 신경을 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배우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박해준은 "정말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누구는 내게 '중년 아이돌'이라고 불러주기도 하던데 중년 아이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방법을 좀 제시를 해주면 좋겠다. 아이돌처럼 보이는 방법을 잘 모르니까 아이돌 회사에 잠깐 다녀와보고 싶기도 한다"며 "어렸을 때 주변에서 잘생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긴 했는데 요새 또 많이들 좋다고 해주니까 부끄럽다. 워낙 속은 촌스럽다. 속은 '된장'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비주얼과 매칭이 잘 안된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개인적으로 인간적이고 사람 같다는 이야기가 좋은 것 같다. 요즘 '중년 아이돌'로 불려서 들뜨기도 했지만 다시 촬영에 돌입해서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 '노년 아이돌'이 되면 그때 좀 만끽하려고 한다. 인생의 막판이지 않나? 아이돌 수업은 그때 들어볼까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중년 양관식을 완벽히 소화해 전 세계 '관식이병' 신드롬을 일으킨 박해준은 "최근에 시리즈 덕분에 관심을 많이 받고 있어서 기분이 좋지만 또 바로 영화가 나와서 워낙 다른 색깔의 장르라 적응이 좀 어렵기도 하고 여러모로 혼란스럽다. 시리즈는 시리즈대로 여운이 있어서 관식으로서 유지를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또 영화로 전환을 해야 한다는 마음도 있다. 영화를 관객이 어떻게 봐줄지, 나를 어떻게 봐줄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그는 "너무 다른 캐릭터라 팬들이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우려는 없다. 어떻게 보면 개인적으로 바라던 바이다.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로 계속 머무르는 것보다 빨리 전환을 해줘서 이 배우가 이런 면도 있었구나 보여주고 싶었다. 내겐 '야당'은 고마운 작품이 됐다. 지금도 다른 작품을 촬영하고 있으니까 빨리 벗어나게 해주는 작품인 것 같다. 내가 한 작품으로 나를 기억해주는 분도 너무 고맙지만 여러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여러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그게 배우로서는 너무 영광스러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밈이 된 '관식이병'에 대해서는 "나는 옛날 사람이라 약간 밖에서 '남자들은 집에서 이런 대접 받고 산다'라는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술자리에서도 '나는 와이프한테 이야기 안 하고 나왔어'라는 그런 부분이 있지 않나? 누군가는 아내가 내게 밥을 7첩 반상으로 준다, 주방에 가 본 적도 없다 등의 자랑 아닌 자랑이 있었던 시대가 있는데 요즘은 '관식이 같다'라는 게 자랑이 되는 세상이 됐다"며 "실제로 집에서 아내가 내게 '오빠는 관식이랑 가까운 면이 많다'라고 하더라. 요즘 나는 아이들하고 있는 것도 좋고 아내가 주방에서 뭘 하면 도와줄 것 없나 싶기도 하다. 아무래도 밖에 일하는 시간이 많아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다. 스스로도 관식이병을 앓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가정적인 사람으로 봤을 때 50% 이상은 되는 것 같다"고 자신했다.
'야당'은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 등이 출연했고 '나의 결혼 원정기' '특수본'의 황병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6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