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백화점업계 봄철 간절기 의류 패션 판매 실적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와 불경기가 초래한 소비위축이 심화하는 가운데 기후변화로 날씨마저 변덕을 부려 수요가 급격히 꺾인 탓이다.
유통·패션업계에선 봄옷 장사는 이미 끝나고 여름옷을 서둘러 선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올해 2∼3월 롯데백화점의 패션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신세계는 0.9%, 현대백화점은 0.2% 각각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남·여 패션은 물론 유아·아동, 스포츠, 아웃도어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상품군 판매가 부진했다.
간신히 역성장은 면했지만 6∼7% 성장세를 보이던 예년과 비교하면 참담한 실적이다.
때 이른 더위 탓에 매출 증가율이 2% 안팎에 불과했던 지난해보다도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다.
매년 2∼3월은 봄 간절기 상품이 패션 매출을 주도한다. 간절기 상품은 통상 2월에 판매를 시작해 3월에 매출이 정점을 찍는다.
봄철 간절기 패션 상품 수요가 이처럼 저조한 것은 좀체 살아나지 않는 소비심리에 더해 봄답지 않은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특히 패션 부문에서 날씨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올해 2월의 경우 절기상 봄이 온다는 '입춘'과 얼음이 녹는다는 '우수' 전후로 일주일씩 강추위가 찾아와 월 평균기온을 0.5도까지 끌어내렸다. 이는 2월 평균 기온으로 최근 10년 새 가장 낮은 것이다.
지난달에도 평균기온은 예년보다 다소 높았으나 중순까지 눈이 내리는 날이 잦고 수일간 갑작스러운 기온 강하 현상이 나타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날씨를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안 그래도 위축된 소비심리가 더 내려앉은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추운 날씨 탓에 봄철 간절기 의류 구매를 미룬 영향이 컸다"고 짚었다.
날씨 전망도 패션업계에 우호적이지 않다. 당장 이날부터 20도를 웃도는 따뜻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올해는 특히 무더위가 일찍 찾아올 것이라는 예보가 나와 사실상 봄옷 장사는 끝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올해 2∼3월 패션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백화점과 패션업체 1분기 실적 기대감도 낮다. 백화점의 패션 매출 비중은 전체의 20∼30%에 이른다.
이상기온이 매출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는 '기후변화 리스크'가 커지자 백화점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주요 패션 협력사 15개 사와 자사 패션 바이어로 구성된 '기후변화 태스크포스(TF)'를 지난해 12월 출범해 기존의 시즌별 판매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여름이 예년보다 길어진 데다 30도를 넘는 불볕더위가 잦아진 점을 고려해 여름 상품 물량을 늘리고 봄·가을 간절기 상품은 비중을 축소하거나 신상품 출시 시점을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또 기온 변화를 면밀하게 분석해 그에 맞는 상품 마케팅에 집중하거나 특별 세일을 진행하는 등의 대응책을 강구한다.
롯데와 신세계도 기존의 4계절로 구분된 상품 전략을 수정해 변화하는 기온·기후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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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